(천안·아산 르포)땅값만 오르고 미분양 늘어

이진철 기자I 2004.10.25 15:54:33

아산신도시·삼성탕정공단 호재.. 행정수도 영향 없어
수요보다 아파트공급 많아.. 미분양 대란 우려

[천안·아산=edaily 이진철기자] "여긴 원래 행정수도 이전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아산신도시하고 삼성탕정공단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많이 오른 거지요. 다만, 실수요에 비해 아파트 공급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경매로 많이 나오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충남 연기·공주로의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같은 충청권인 천안·아산 주민들의 민심은 의외로 담담했다. 다만, 위헌판결로 타격이 예상되는 연기·공주 현지 주민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아산에서 건축업을 한다는 조범형 사장은 "신행정수도 입지에 포함된 공주쪽으로는 보상을 예상하고 은행권 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에 땅을 산 현지 주민들이 많다"며 "농사를 지으면서 은행대출을 갚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산지역의 땅값 상승원인도 공주·연기 등의 땅값이 오른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기 때문. 아산지역 땅값의 경우 신행정수도 건설 영향보다는 아산신도시와 탕정 삼성공단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올랐다. 이같은 호재를 겨냥해 서울 등 외지인들이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인근 땅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매수세에 나섰다. 또 토지가 수용된 지역의 주민들도 올해말 보상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지역인 아산, 예산, 홍성 등지의 땅을 대토형식으로 본격적으로 매입해 땅값이 크게 오른 것이라고 현지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로 아산시 송악면 논의 경우 지난해만 하더라도 평당 5만원에 거래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평당 15만원을 호가해도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가 되는 실정이었다. 아산시 둔포면 일대도 최근 87만평 규모의 전자·정보 집적화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되면서 지난해 평당 35만원 수준이었던 전답의 가격이 현재는 100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상태다. 송악농협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이필진씨는 "천안·아산지역은 신도시와 탕정공단 개발 등의 호재로 땅값이 오른 것이기 때문에 행정수도 위헌판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현지 분위기"라며 "따라서 땅값도 당분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 담보대출 업무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곽아파트 입주자 못구해 ´빈집 태반´.. 기숙사로 임대하기도 그러나 천안·아산지역은 이같은 땅값상승과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신규 공급아파트의 분양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아파트에 비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크게 앞지르며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률이 70~8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동산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천안·아산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는 26개 단지 1만1506가구로 이중 16개 단지에서 120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실제로 지난 97년 입주한 배방면 한도아파트 32평형의 매매가는 8800만~1억원선이지만 지난 6월 분양을 실시한 한라비발디 32평형 분양가는 1억677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충청부동산 관계자는 "이들 아파트가 입지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수요자들이 이왕이면 새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은 것"이라며 "그러나 높은 분양가가 현지 실수요자에겐 큰 부담인 데다 앞으로 아산지역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거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시내에 입지한 대형건설사 아파트의 경우는 수요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외곽지역 새 아파트들은 완공된 후에도 입주자를 찾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이들 아파트들은 일정기간 전세로 임대한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민간임대 아파트들이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산시 장존동 청솔아파트의 경우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몇개동 전체를 아예 인근 공단의 기숙사용으로 임대를 놓은 실정이다. 염치읍 한남프레시앙 23평형 480가구도 2500만원을 임대료로 내고 살다가 내년 분양가를 추가로 납부하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아산지역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호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산지역 인구에 비해 최근 신규 아파트가 너무 많이 들어서고 있다"며 "최근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입주가 아닌 투자용이라는 점에서 이들 본격적인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경우 매물대란이 일어날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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