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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의 부자이야기)`10억`은 헛소리다?

한상복 기자I 2004.02.03 14:37:05
[edaily 한상복기자] 지난해 직장인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른 숫자는, 아마도 `10억`이 아닐까 싶다. 10억원이 있으면 큰 걱정 없이 여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던 모양이다. 샐러리맨들에게 10억원은 큰 돈이다. 평생 쥐어보기 힘든 규모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르다. 자녀 대학교육과 결혼비용까지 생각한다면 10억이란 돈이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은퇴 후에 먹고 살 돈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서울의 30평대 아파트는 거의가 3억원 이상이다. `10억`의 의미가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한 자산이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있다면 지금 생활비를 기초로 앞으로의 현금 수요를 산출해보라. 한 친구가 "10억을 어떻게 모은단 말이냐? 10억은 헛소리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샐러리맨들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의 계산법은 이렇다. 매달 100만원씩 저축을 한다고 할 때, 10억원을 모으려면 1000개월이 걸린다.(이자율 배제) 83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매달 200만원씩 모은다 해도 500개월이다. 41년. 400만원씩 저축하면 250개월(20년)로 줄어든다. 평범한 사람이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봐야 매월 400만원을, 그것도 20년이나 저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 그 친구의 계산이다. 정년이 38선까지 내려온 게 현실(과장은 있으나) 아닌가.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10억 고지`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주장. 부자들은 뭔가 대단한 기회를 포착한 사람들이거나,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돈을 벌었음이 틀림 없다는 얘기였다.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틀렸다. 중요한 현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샐러리맨들이 `같은 대한민국 땅`에 살면서도 부자들을 너무 모른다. 부자들은 한 달에 100만원씩 저축해서 83년만에 10억을 모으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출발점은 갓 졸업해 직장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과 다를 바 없다. 부자들의 계산방식은 이렇다. 종자돈을 만들어 투자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 발생하는 투자수익이 저축에 추가 투입된다. 예를 들어 서울 중심가 패션타운 한 구좌를 2억원 상당에 구입하면 매달 130만원~16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이 나온다.(어디에 투자할지는 직접 발품을 들여 찾아보라. 앉아서 투자하고 편하게 먹는 수단이란 없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신종 복합상품이든 부동산이든 마찬가지다.) 이로써 기존 저축 규모에 임대수익이 합쳐진다. 저축의 절대규모가 늘어난다. 예전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만들게 된다. 그 사이 기존 투자했던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기도 하고, 새로운 투자대상이 눈에 띄게 되어 있다.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처음에는 손으로 다져야 잘 뭉쳐진다. 손바닥의 열이 눈을 적당히 녹여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슬슬 굴리다 보면 눈뭉치가 크게 불어난다. `10억`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다수의 사람에게는 헛소리다. 반면 소수의 사람에게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대상이다. 눈은 처음에 단단하게 뭉쳐야 제대로 굴려 큰 덩이를 만들 수 있다. 단단하게 뭉치기 위해서는 `맨손`이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 눈을 뭉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10억은 헛소리`라고 주장한 친구는 "종자돈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하느냐"고 묻는다. 이것은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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