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근 일부 신문에 LG그룹 총수일가인 구씨 일가가 화학, 전자, 정보통신, 금융 계열사를, 허씨 일가는 유통, 건설 부분을 관할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81년 동안 동업한 양가 집안이 진짜 갈라서는 걸까요? 산업부 문주용 기자가 올해이후 펼쳐질 LG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상했습니다.
제가 LG그룹 가계도를 여러분께 상기시켜 드린 건 지난해 11월 1일이었습니다. 그때도 edaily리포트로, "관심끄는 LG 총수일가 가계도"라는 제목으로 말입니다. 기억하세요?
양가의 분가 작업은 지난해 시작해서 올해에 아마 본격적인 꿈틀거림이 감지될 것같습니다. 가족사회에서는 분가이고, 기업경영상에는 계열분리이고, 공정거래법상으로는 계열제외가 될 LG그룹 총수일가의 주식이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 보도에 대한 LG의 공식 입장은 NCND, 즉 긍정도 부정도 안하겠다입니다. 사실 최고위층이 아니고서는 총수 일가들의 재산 분할에 대해 확실하게 대답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80년 넘게 한 배를 타온 양 집안 문제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거죠.
그렇지만 공식 입장은 공식 입장이고, 저는 LG의 비공식적 입장을 모아서 LG그룹 분할작업의 실상에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짐으로써 장님도, 코끼리도 유명해진 아이러니를 상기하면서.
최근 저는 한통의 전화를 LG 관계자로부터 받았습니다.
"문 형, 그거 올해 쓰면 안돼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올해는 아무것도 없단 말이요."
"잘 몰라서 안썼는데요. 이렇게 전화까지 하시니, 진짜 궁금증이 생기네요. 돌아가는 사정 좀 알려주시죠?"
"글쎄 올해는 없어요. 올해 쓰면 오보예요"
난데없이, 무작정 올해 쓰면 오보라니? 이런 연막을 뚫고 확인이 되는 건 상당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분할 작업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입니다. LG는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문제를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했습니다. 주력인 화학과 전자를 각각 지주회사-사업자회사 체제로 전환해나가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 때도 제일 궁금했던 것은 화학과 전자에 속하지 않는 계열사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장은 "나머지는 서포트 기능을 하는 회사들인 만큼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채 그룹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본다면 이런 서포트 기능의 회사인 건설, 상사, 유통 등이 구씨일가의 방계, 허씨 일가에게 돌아갈 몫이 될 것같습니다.
두번째는 어쨌든 올해에 뭔가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일단 LG전선의 계열분리 작업과 대주주간 지분 이동이 본격적으로 있을 겁니다. 자사주를 포함, 총 24.17%인 특수관계인 지분이 올해부터 2~3년내 구인회 창업주의 세째, 네째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고문에게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또 구평회 고문의 구자열 부사장이 공동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도 챙길 전망입니다.
3월 주총에서 LG건설 경영진도 바뀝니다. 허창수 LG전선 회장이 건설 회장을 맡고, 허씨 일가와 가까운 김갑렬 부사장이 대표이사 CEO에 오를 예정입니다.
올해 확실한 변화는 LG그룹의 유통부문 통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마 7월전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연말 LG상사의 LG마트(할인점), LG유통의 편의점(LG25) 및 슈퍼마켓 부문을 각각 본사에서 떼어낸데 이어 올해 7월께 LG백화점과 통합, 단일의 유통전문 회사가 된다는 겁니다.
이 회사는 허씨일가의 기대주, 허승조 LG백화점 사장이 공동대표이사중 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세번째 이런 지분이동은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LG계열사 주식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분가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LG계열사들의 매각 등이 올해에 많이 발생할 전망입니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거래소에 상장된 LG석유화학의 지분 이동입니다. 69.73%나 됐던 LG 대주주 주식은 보호예수기간 6개월이 지난, 1월하순부터 서서히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대주주의 지분은 63.47%로 줄었는데 더 팔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4월중 상장되는 LG카드 주식도 일부가 보호예수기간이 지나면 나오겠지요.
이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시기가 늦춰진 것도 있습니다. LGCI의 생명공학부분 분할입니다. 당초 이 부문은 올해초 퀴놀론계 항생제인 "팩티브"가 미 FDA승인을 받으면 하반기중에 확실한 매출구조를 갖출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래서 하반기초에 LGCI에서 분할될 가능성이 점쳐졌습니다. 분할 때 외자를 유치하고 나스닥 상장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건 좀 지연될 것같습니다. 하반기에 맞춰 분할되려면 뭔가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는 진행되는 작업이 거의 없습니다. 연말이 되어야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는 더욱 뚜렷한 사건이 있습니다.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인 LGCI와 LGEI(전자 지주회사)의 통합입니다. 2003년중에 통합한다고 밝혔으니까 가장 유력한 시기는 내년 4월1일자입니다. LG는 이를 통해 모든 자회사를 관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구본무 회장이 될 것이 유력합니다.
이런 일이 올해에서 내년중에 LG에 일어날 지배구조와 관련한 변화입니다. 이중에는 아마 실제와는 다른 얘기도 있을 겁니다. LG 관계자는 "2~3년내 구체화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림을 그리다보면 밑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리는 상황도 올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확정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설명합니다.
제 생각에는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가 직접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다 그려놓았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그림을 완성시키려면 외부의 도움이 꼭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게 뭐냐구요?
바로 주가입니다. LG주가는 지난해부터 올들어 무척 올랐습니다. 중저가 대중주에 딱 떨어지는게 LG계열사 주식이라는 평가 덕분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너무 오르면 대주주들이 주식을 내놓고, 다른 주식으로 바꾸는 게 어려워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도움이 있어야 두 집안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