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노조는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을 밖으로 나가게 해 생산라인 점거한 뒤 생산라인 정지 스위치를 조작해 정지시켰다. 이후 쇠사슬로 앵글과 기둥을 묶어 공장 가동 전면 중단시켰고, 이를 저지하려는 관리직원들에게 플라스틱 상자와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볼트 등 자재를 집어던지면서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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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대상 손배소 94%는 민주노총 사업장
고용노동부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국가·제 3자가 노동조합·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는 지난 4일 발표한 1차 조사 결과 이후 추가 조사 결과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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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소송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집중됐다.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전체 소송의 94%(142건)에 달한다. 청구액 기준으로 99.6%, 전체 인용액의 99.9%다. 또 손배 문제가 노사관계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현대제철, 대우조선, 쌍용차 등 9개 기업의 청구액이 전체 청구액의 80.9%, 인용액의 93.6%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64개소는 전체 청구액의 19.1%, 인용액의 6.4%에 불과했다.
또 손배소를 제기하더라도 판결까지 가지 않고 노사 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배소 중 52%가 소 취하 등으로 종결돼 노사 간 해결됐다. 판결이 선고된 73개의 사건 인용율은 67.1%(49건)으로, 전체 손배소송의 인용율 (57.1%)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인용액은 해당 사건의 청구액(599억5000만원) 대비 58.4% 수준으로 낮아졌다.
◇노조 손배소, 재판 과정서 책임자·청구액 대폭 제한
고용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판결이 선고된 63건을 대상으로 선고 결과, 법원의 판단 등을 상세히 분석한 내용을 포함했다. 판결이 선고된 사건(73건)에서 판결내용이 없는 소액심판 사건(5건) 및 국가·제 3자가 제기한 사건(5건)을 제외한 나머지 63건을 분석한 것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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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장 점거였다. 손배 청구 원인의 49.2%(31건)이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라인 중단 등으로 전체 선고 인용의 90.3%, 전체손배 청구 인용액(332억2000만원)의 98.6%(327억5000만원)을 차지했다. 사업장 점거의 93.5%가 위력으로 점거, 위력 점거 과정에서 폭행·상해가 수반된 경우가 71%에 달했다.
불법쟁의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경우는 주로 수단이 문제였다. 수단 부당을 이유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부정된 경우가 89.3%, 그중 위력 등을 사용하여 사업장을 점거한 경우가 88%를 차지했다.
법원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청구액이 다액이라는 이유로 권리남용으로 보지 않았다. 쟁의행위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 하에 사용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 권리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액이 다액이라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오로지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소를 제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도 유례 찾기 힘든 노란봉투법
한편 고용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해외사례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먼저 대부분 국가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면책했다. 그러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법률로 명시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일본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쟁의행위 목적, 절차가 위법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폭력·파괴행위 외에도 사업장 점거 등도 위법하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했다.
또 개인에 대해서만 법률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경우 노조뿐 아니라 개인의 책임이 인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실제로 일반 조합원에 대한 청구 사례는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손해 범위,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등 손해배상 범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례는 찾기 어려웠다. 영국은 상한액을 정하고 있으나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노조에 적용되지만 개인 상해, 재산의 소유·점유 등에는 적용이 제외되는 등 제한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미국 등은 쟁의행위 발생 경위 등을 개별·구체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등 판결을 통해 법률상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해 우리나라와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