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故 조양호 횡령 가담’ 한진 계열사 대표에 징역 5년 선고

박순엽 기자I 2020.11.20 13:19:12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배임·횡령 등 혐의 1심 선고
정석기업 대표, 징역 5년 선고…‘통행세’ 혐의는 무죄
‘약사법 위반’ 약국운영자 징역 3년·약사 집행유예
“규제를 피하고자 차명 사업 영위…공공 이익 해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또 조 회장 등과 공모해 이른바 ‘사무장 약국’을 운영한 이들에게도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오상용)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원모 정석기업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원 대표는 지난 2018년 10월 고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됐지만, 조 회장이 재판을 받던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숙환으로 사망하면서 조 회장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채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재판부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주주가 주식에 따른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판가름해야 하고 꼭두각시 노릇을 해선 안 된다”며 “대표이사가 주주 또는 제3자 이익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고 나서 재판정에 이르러선 기업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책임을 모면한다면 기업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 대표는 지난 2014년 조양호 회장이 자녀인 조현아·현민·원태 3남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대한항공(003490)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서 3남매가 소유한 정석기업 주식을 다시 정석기업이 고가에 사도록 해 회사에 4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히는 데 공모한 혐의 등을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원 대표가 고 조 회장과 공모해 회장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이용해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등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고 조 회장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트리온 무역 등 명의로 196억원 상당의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데 원 대표가 공모한 것으로 봤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범죄 증명이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조양호 회장이나 원 대표에 의해 상대 업체들이 트리온 무역에 지급한 수수료가 대한항공에 전가돼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점에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트리온 무역 중개 수수료 수취와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한 무죄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는 조양호 회장, 원 대표와 함께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약국 운영자인 류모씨에겐 징역 3년을, 류씨의 아내이자 약국장 이모씨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조 회장, 원 대표와 공모해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근처에 ‘사무장 약국’을 열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받는 등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국민 보건을 위해 개설에 엄격한 자격을 요구하는 약국을 엄청난 자금력을 지닌 기업가인 조 회장이 원 대표를 통해 개설하고 오래 영위했다”면서 “조양호 회장과 원 대표는 약사가 아닌 자는 약국 개설할 수 없다는 거 명확히 아는데도 오히려 약국 개설을 직접 준비했고, 약국의 외관을 형성하는 데도 계획적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류씨와 이씨에 대해서도 “리베이트 없이 약국에 약품을 공급함으로써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게 범행에 가담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들에게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이유로 조 회장과 원 대표 지시를 묵묵히 수용하면서 현재까지도 자신들의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고 약국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자산이나 정보를 많이 지닌 사람이 법적 규제를 피하고자 차명 혹은 다른 사람을 내세워 규제받는 사업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오랫동안 알려진 병폐 중 하나”라며 “이러한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공공 이익을 위해 설정한 규제가 실효성 없게 돼 공공 이익을 해칠 수 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원 대표 등이 2년 동안 진행된 재판에 성실히 임했고, 도망갈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날 이들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이들과 함께 기소됐으나 사망하면서 조 회장과 관련된 모든 혐의는 모두 공소 기각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