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소는 조만간 시장감시위원회를 열고 미국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증권 등의 주식 매매 창구 역할을 한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시장감시위원회의 사전 회의기구인 규율위원회를 열고 5억원 이하의 제재금을 부과하는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거래소는 메릴린치가 시타델증권 등의 위탁을 받아 초단타 매매를 구사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허수성 매매가 나온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시타델증권은 알고리즘을 통한 초단타 매매를 주요 전략으로 삼는 증권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알고리즘을 통한 초단타 매매가 문제가 돼서 제재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 메릴린치가 초단타 매매를 위탁거래하는 과정에서 허수성 매매를 한 것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허수주문이란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직전가격 또는 최우선 호가의 가격으로 호가를 제출한 뒤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주문 유형으로 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위반 사항이다.
앞서 메릴린치는 초단타 매매를 통해 코스닥 시장을 교란시켰다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들은 바 있다. 메릴린치를 통한 하루 평균 초단타 매매 규모는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7월엔 메릴린치의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비중이 4.9%까지 치솟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메릴린치가 코스닥 투자자들의 성향을 이용해 부당한 차익을 거뒀다며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불공정거래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메릴린치에 대한 최종 제재안을 확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시타델증권과 메릴린치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거래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지 않아 정확한 사안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거래소가 해당 사안을 당국에 통보하면 그때 혐의 관련 내용을 자세히 뜯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