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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글로벌 과학강국의 핵심, 오픈데이터

박진환 기자I 2017.08.20 18:45:25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데이터는 21세기의 핵심 자원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이터의 양은 지난 5000년간 인류가 축적한 데이터를 단 하루 만에 생산해 낼 만큼 어마어마하다. 오늘날 데이터는 사회와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며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과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각 국에 분산된 슈퍼컴퓨터와 서버를 통해 초당 40테라바이트씩 생산되는 데이터를 분산시켜 전 세계 5000여명의 연구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험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의 공유와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인류는 우주의 기원을 밝혀줄 힉스입자는 물론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 이외에도 축적된 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난치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고, 기후변화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등 데이터는 인류 미래를 이끌어 갈 중요한 재료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거대과학에 대한 도전은 오늘날 연구결과와 실험과정을 개방·공유하면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공유 가치 극대화 프로젝트가 바로 오픈사이언스(Open Science)다.

이 중 연구 데이터의 공동 활용을 추구하는 오픈데이터(Open Data)는 연구자들이 연구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생산된 지식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꾀한다. 오픈데이터는 네트워크화된 연구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과학 발전과 공정성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오픈사이언스의 핵심요소다.

데이터가 국가적 경쟁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주요국들은 관련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공유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푹 넓은 연구 영역과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기관이나 각 분야의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반면 호주는 정부 주도의 정책 수립과 각 기관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공유문화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전 세계의 방대한 과학기술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유통시키는 국내 유일의 정보기관으로써 데이터의 중요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 2014년에는 과학데이터센터를 신설해 과학 데이터의 공동 활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데이터를 관리·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생태계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데이터 공유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인프라 환경이 구축되어도 과학데이터의 실효성 있는 활용을 위해서는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연구자의 공유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 주체에게 신뢰성 있는 연구데이터 공개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해 데이터를 공유해야하는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어줄 국가 차원의 허브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가 핵심 정보에 대한 국제적 정보주도권을 갖기 위해 국가 핵심 데이터를 지키고 보호해 줄 강력한 정책적 보호체계도 필요하다.

오픈데이터는 글로벌 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기본 철학이자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사항이다.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연구자들의 데이터 공유를 위한 뜻이 모아진다면 우리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갖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과학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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