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만도(060980)가 우회적으로 모회사인 한라건설 지원에 나서면서 그룹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고 있다.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만도는 이날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하한가로 직행해 8만4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만도가 하한가로 추락한 이유는 유상증자 참여 공시 탓이다. 만도는 지난 12일 장 마감 후 자회사인 마이스터 주식 1262만주를 3786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은 모회사인 한라그룹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라건설은 지난달 29일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조달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결국 지난 12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만도의 자회사인 마이스터가 증자 참여를 선언했다.
만도는 한라건설의 자회사로 상호출자제한에 따라 한라건설에 직접 출자할 수 없는 처지여서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 지원의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한라건설은 이번 증자를 통해 3435억원을 수혈받게 되며 그중 만도가 지원하는 돈이 99%에 육박한다. 만도는 IMF 당시 한라그룹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떨어져 나간 회사다. 그러다 지난 2008년 다시 한라그룹 품으로 돌아왔다. 한라건설 외에 그럴싸한 계열사가 없던 한라그룹이 건설 호황 덕분에 계열을 다시 찾아왔다.
만도가 모회사인 한라건설 지원에 나서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로 한라건설의 경영사정이 악화하고 있어서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출자로 만도는 한라건설과 운명을 같이 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마이스터의 한라건설 실질 지분률이 68%로 높아졌다”면서 “한라건설의 부실은 만도의 펀더멘털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라건설이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경우 마이스터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만도 역시 악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형실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라건설이 유상증자 외에도 골프장과 지연 사업장 매각 등 각종 자구책으로 총 56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건설경기가 어려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한라그룹이 만도를 재차 매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극동건설을 지키려다 결국 그룹이 공중분해된 웅진그룹 사례가 생생하기 때문이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라그룹은 IMF 위기 당시 한라중공업에 대한 계열사의 지급보증과 자금대여로 결국 그룹 해체와 함께 만도를 매각했다”며 “이러한 일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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