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수도권 분양시장의 청약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시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1순위 청약마감으로 분양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비인기지역에선 청약 미달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체들도 분양일정을 결정하는데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 "서두르자"
청약 인기를 확인한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어어간다는 전략으로 분양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수원지역의 경우 이달초 대림산업(000210)의 `광교 e편한세상`이 1순위 청약에서 근래 보기드문 높은 경쟁률로 마감하자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본격적인 분양채비에 나서고 있다.
SK건설은 내달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SK케미칼 부지에 `SK뷰` 82~171㎡ 총 3498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인근 광교신도시 분양을 통해 수원지역 잠재적 실수요층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가구수가 많다는 부담이 있지만 수요자들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분양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 "미루자"
경쟁단지의 인기에 밀릴 것을 우려해 분양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내달 송도신도시에서 3148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앞서 분양에 나선 대우건설의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의 평균 분양가인 3.3㎡당 1300만원대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고 보고, 분양일정을 하반기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047040)의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는 지난 18일 실시한 1순위 청약접수 결과, 전체 1641가구에 2638명이 접수, 평균 청약경쟁률 1.6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9㎡는 97가구 모집에 수도권에서만 506명이 신청해 최고 28.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중대형에 해당하는 101.98㎡ 이상은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중소형은 인기가 높지만 대형면적은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면서 "인근에 분양을 준비중인 다른 건설사들도 이번 청약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분위기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분위기 보자"
일부 지역에선 올해 첫 분양에 누가 먼저 나설 것인지를 두고 경쟁사들간 눈치보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 용산지역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동부건설과 동아건설은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 중반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서 고가아파트에 대한 청약수요가 살아날지 확신이 없는 것도 분양시점을 고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동부건설은 용산 국제빌딩 주변 3구역을 재개발한 주상복합아파트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128가구와 오피스텔 207실 중에서 아파트 48가구의 일반분양을 6월에 나설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당초 6월 분양일정을 잡았지만 올해 용산지역 첫 분양이라는 부담감과 더불어 아직 용산지역 분양시장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조합측과 분양일정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임그룹에 인수된 동아건설도 `더 프라임` 브랜드를 적용해 6~7월께 용산에 559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용산지역에서 고가아파트 청약수요가 확인되기 전까지 분양시점은 유동적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