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7일 "공공부문 자금 공급을 이끌어 부동산 시장을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만들겠다"면서 "지금의 금리 수준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의 몰라서 부동산 값을 못잡은 것이 아니라 땅부자들의 여론 조성에 밀린 것"이라면서 "이번만큼은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이데일리 손동영 편집국장 등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뒤 이어진 오찬에서 이같이 밝히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오전 간담회에서도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갔다 꺼지면 10년 불황 파탄도 맞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시장논리만으론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외에도 간담회에서 못다한 최근 경제와 정치 현안, 교육문제에 대한 의견을 비롯, 노사 및 인사 문제에 대한 생각도 소상히 밝혔다.
◇"부동산 거래 투명화하고, 투기소득 세금으로 환수"
노 대통령은 "가수요든 실수요든 앞으로 부동산 거래로 투기 소득은 기대하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투기 소득은 완전히 배제한다는데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거래를 투명화하고, 투기 소득을 한 푼도 숨길 수 없는 인프라를 만든 뒤 제도적으로 모두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가격과 사용료를 함께 올리는 수요자 시장이 되도록 공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자유화하니까 폭리를 취하는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공급을 일정 수준 해야겠다"며 "저금리 시대이므로 자금 동원은 가능하다. 지금의 금리 수준 같으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어떻게든 공급은 한다는 입장이며 그러면 가수요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면서 "이익도 전가 못하고 기본적으로 원가공개, 그런 틀을 갖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수십년간 부동산 값을 몰라서 못잡은 것이 아니고, 땅부자들의 여론 조성에 몰린 것"이라면서 "그래서 1가구1주택자들을 끊임없이 교란하고 승복시켜 이들에게까지 조세저항을 만들어내 결국 좌절시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 정말 모든 실상을 다 털어놓고 한 번 논의해 보자"며 "`이번에는 다르다`는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신호가 많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고소득자 소득, 확산할 방법 필요"
노 대통령은 "지금 해야 하는데 못하고 아쉬워 하는 것이 솔직히 억대 이상 연봉자는 자꾸 늘어나고 상장기업도 최고 호황 누린다고 할 만큼 잘되는데 이를 국민전체에 확산시키고 순환시킬 마땅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런 고민에서 병원, 대학, 레저 등 고급 서비스 일자리 만들자고 하고 있다"며 "조금 더 가면 뭐가 잡힐 것 같다는 느낌은 드는데 아직 다 잡질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최고의 소득자들을 한국에 묶어서 돈을 쓰게 하면 결국 투자도 하고 쓰기도 할 것이니까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하나씩 달라"며 차후에도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김우중 회장 물밑 접촉 없었다"
노 대통령은 또 "김우중 회장과의 물밑 접촉은 없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연민의 정은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크게 성공했던 사람이 커다란 역풍을 맞아 난파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든 상당히 정치하는 사람과 비슷한 생각이 들어 좀 감상에 젖은 일은 있지만 그건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니냐"며 "실제로 물밑 접촉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없었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 과욕이었다"
노사문제와 관련해선 "노사정 문제에 대해 뼈아프다"면서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소위 유럽식 질서를 한 번 만들어 본다는 것이었는데 좀 과욕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아직까지 대화의 길을 찾지 못했다"며 "솔직히 고백해 큰소리만 해놓고 이루지 못한 정책으로 부끄럽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노력은 계속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통계로 보면 파업건수나 손실일수 등은 줄고 있지만 노동자, 사용자 모두 과거 어느 정부보다 많이 구속돼 있다"며 "법을 적용하는 잣대가 엄격해 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재 시대를 지나며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갖고 무조건 싸우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부가 신뢰를 축적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는 열린우리당 정치인..영남선거 일보전진이라도 하게해야"
참여정부의 인사 논란과 관련해선 "`적재적소`가 더 중요한 문제지만 `안배`도 해야 하며 이 가운데 지역안배가 첫번째"라고 말하고 "참여정부 들어 산하단체 등에 정부에서 내려간 비중이 제일 적다"며 `낙하산` `철밥통` 논란을 반박했다.
또 "정치권에서 온 사람들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우수한 사람이 많아 눈에 띈다"며 "내가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온 사람인데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그것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 제일 중요한 요소이므로 정치권에서 온 사람들이 좋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영남 낙선자가 많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믿음없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자체 추천위원회를 거치는 등 절차를 통해 추천되고 올라오면 임명하는데, 한 사회가 인물을 다 배제할 것이 아니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가 열린우리당 정치인인데 제도를 다 바꿔서 지역구도 해소를 못하면 열린우리당이라도 인물을 키워서 영남에서도 필요한 인물을 당이 갖고 있어야 선거를 치러낼 수 있고, 일보라도 전진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내가 그걸 하는데, 국정엔 큰 지장없이 할테니까 그것 하나는 좀 봐달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한 번 봐달라"
노 대통령은 오찬을 마무리하면서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여러분들과 대화하는 것이 좀 더 의미있는 일로 생각한다"며 "비교적 자유롭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를 예로 들며 "말을 하면서 이게 여우가 두루미 손님 모셔놓고 하는 것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라며 "하나 제안하고 싶은 건 정부 입장에서도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줬으면 하는 것이며 한 번씩 입장을 뒤집어는 보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이 있고 우리 언론도 그런 정서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불신을 갖고 있어 대통령 편들면 별 재미없는 환경 속에서 글을 쓰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중립이라고 하면서 보편적 정서가 중립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에 대해 당혹스럽다"면서 "옛날 군사령관과 제사장이 권력을 나눠쥐었던 것처럼 언론이 과거 제사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일에 대해 보람과 가치를 한 번 높이 설정해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가 처음부터 언론과 대결적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정책에 반영되는 메커니즘을 만들었고 그런 점에서 언론을 매우 존중한다"며 "껄끄러웠던 점을 무자르듯 해버려 감정적 앙금이 없지 않을 것이지만 이제 그 문제를 좀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정치와 언론이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