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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사이 매운 음식 인기, 위장장애 증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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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6.27 14:33:02

맵고 자극적인 음식, 위장 건강에 미치는 충격적인 진실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울며 겨자 먹기’라는 속담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지만, 말 그대로 매운 음식은 눈물이 날 만큼 먹기 힘들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같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떡볶이를 비롯해 마라탕, 매운 라면 등이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라며 선풍적인 인기다. 그러나 과도하게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으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면서 위장장애 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는 통계가 이를 대변한다.

부천세종병원 이준덕 과장(소화기내과)은 “맵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뇌는 일시적인 쾌감을 얻을지 몰라도 내장 과민성은 크게 증가한다”며 “다시 말해 만성 소화기 질환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하면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만성 소화기 질환으로 병을 키우지 않으려면 젊을 때부터 올바른 식습관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위궤양의 원인이 매운 음식?

흔히 매운 음식이 위점막을 공격해 위궤양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위궤양의 주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나 진통소염제(NSAIDs), 항혈소판제, 항응고제를 포함한 약물, 술, 스트레스 등이다.

반면, 매운 음식 자체는 위궤양보다 단순 위염, 역류성식도염(GERD), 기능성 위장장애(FGID) 등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지난 2021년 ‘예방영양학 및 식품과학지(Preventive Nutrition and Food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매운 음식을 주 3회 이상 섭취하는 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역류성식도염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 매운 음식 먹고 왜 속쓰림과 혈변?

매운 음식이 위궤양의 원인이 아닌데, 그럼 왜 속쓰림과 혈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가. 이는 실제로 소화기관에 생긴 물리적인 상처 때문이 아닌 신경의 과활성화 탓이다.

‘신경위장관운동학회지(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등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캡사이신은 위장관 점막 수용체인 TRPV1과 결합하게 되는데, 우리 몸은 이때 생기는 자극을 ‘타는 듯한 통증’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와 함께 위와 대장의 운동이 급격히 활성화돼 수분흡수와 소화가 충분히 되지 않는 변(설사)을 만드는데, 이때 소화관을 빠르게 지나온 캡사이신은 항문 주변 점막을 자극해 화끈거리는 통증을 일으킨다.

게다가 소화되지 않은 매운 음식이 붉은빛을 띠며 통증까지 동반하기 때문에 이를 혈변으로 오해하게 된다. 이 과장은 “건강한 사람은 24~48시간 이내 캡사이신을 배출해 증상이 사라지게 되는데, 매운 음식을 끊은 뒤에도 주 2회 이상 속쓰림과 복통이 지속된다면 위장 신경이 만성적으로 예민해진 ‘과민성장증후군(IBS)’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소화가 안되며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흑색변, 수면을 방해하는 복부 통증 등이 동반된다면 즉시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 후 내시경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마라탕과 야식이 일으키는 위장장애

최근 임상 현장에서는 역류성식도염을 비롯해 기능성 소화불량,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받는 젊은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임상 소화기 및 간학(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등 주요 논문에서는 매운 음식에 함유된 지방 성분이 하부식도 괄약근을 이완시켜 역류성식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마라탕을 비롯한 매운 음식은 캡사이신 농도도 높지만 많은 양의 지방도 포함한다. 고지방 음식은 위장관 호르몬을 자극해 식도 괄약근을 이완시키고, 느슨해진 괄약근 틈으로 캡사이신과 위산이 섞인 음식물이 역류하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게다가 밤늦게 매운 음식을 먹고 누우면 음식물이 역류할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진다. 이 과장은 “매운 음식은 많은 연구에서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장증후군과 크게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장점막에서 TRPV1 수용체의 과발현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캡사이신이 TRPV1을 자극하면 신경 말단에서 신호전달 물질(substance P)이 분비된다”며 “이로 인해 비만세포가 자극돼 히스타민 분비를 일으키고 결국 내장과민성이 증가하고 작은 자극도 통증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소화기 부담을 줄이는 현명한 식사 전략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야식을 당장 끊기 어렵다면, 소화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음식 먹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먼저 매움 음식을 먹기 전 달걀찜이나 두부 같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해 일종의 물리적 방어막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 매운 음식을 먹기 전 우유를 먹는 분도 있는데, 우유 속 카세인 단백질이 매운맛을 일부 희석하긴 하지만 우유의 칼슘이 오히려 위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어 과량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또 국물은 되도록 먹지 말고, 건더기 위주로 먹는 방법도 소화기 부담을 줄이는 데 좋다.

국물에는 각종 양념을 비롯해 캡사이신 성분이 가장 많이 농축돼 있다. 젓가락으로 건더기 위주로 식사하고, 국물 섭취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소화관의 화학적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소화기 건강의 핵심 : 생체 시계와 스트레스 관리

전문가들은 소화기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뇌-장 축(Brain-Gut Axis)’의 정상화를 강조한다. 우리 위장과 장내 미생물은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뚜렷한 일주기 리듬을 가지는데, 늦은 밤마다 야식으로 매운 음식을 먹는 경우 점막 치유 능력을 떨어뜨린다.

최소 취침 3시간 전에는 공복을 유지하며 그동안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고 위장이 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부천세종병원 이준덕 과장(소화기내과)은 “장은 ‘제2의 뇌’로 불릴 만큼, 뇌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자극적인 매운 음식보다 가벼운 산책, 요가, 스트레칭, 명상 등으로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루틴을 찾는 게 만성 위장장애를 끊어내는 가장 과학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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