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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에 관해 “아직 상황을 보고 있다”며 “독대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상황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이날까지 대통령실로부터 독대 가부를 통보받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24일 만찬을 함께한다. 두 사람은 7월 한 대표가 선출된 직후 만찬을 한 데 이어 두 달만에 한 식탁에 앉게 됐다. 애초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여당 지도부를 다시 만찬에 초대하려고 했으나 의료 개혁을 두고 한 대표가 정부와 이견을 드러내는 가운데 추석 이후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 만찬을 앞두고 한 대표는 지난주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독대를 요청했다. 의료 개혁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선 만찬 전에 대통령을 따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표와 한 대표는 8월 만찬에 앞서서도 윤 대통령 독대를 요청했으나 만찬 자체가 연기되면서 불발됐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 측이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에 밝힌 것에 기분 나빠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으로 국내를 비운 사이에 한 대표 측이 대통령실에 독대를 압박하며 당정 관계 주도권을 가져오는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독대 요청이 언론에 나오면서 독대를 한다고 해도 (대통령실이) 억지로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독대 요청이) 사전에 공개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독대가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나면 대통령실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 역시 대통령실의 고민이다.
이처럼 현 여당 지도부는 전임 김기현 지도부만큼 대통령실과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김기현 전 대표와 정례적으로 회동하고 수시로 독대도 했던 걸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이나 한 대표 측이나 당정 관계를 언제까지나 냉랭한 상태로 방치하긴 어렵다. 의료 개혁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정 엇박자가 계속되면 양측 모두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건 이 같은 위기의 전조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찬 전에 만나되 독대 대신 배석자를 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7월 말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비밀리에 접근했을 때도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