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더이상 필요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여성가족부 장관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양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성별 갈등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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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번지자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14일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문제를 전담 해결할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기능은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폐지론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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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29일 출범한 여가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산하에 있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개편된 부처다. 당시 여성특별위원회가 예산·인력문제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여성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출범했다. 당시 여성특별위원회가 담당하던 기존 정책과 더불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던 보육·가족업무를 이관받아 규모를 키웠다.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양성평등뿐 외에 여가부가 맡고 있는 다문화가정, 가족돌봄, 청소년 등 다양한 정책이 파편화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모(27·여)씨는 정치권이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 표심 몰이에 이용한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여가부 폐지 주장은 세대 갈등에 이어서 성별 갈등을 조장해 표를 얻으려는 전략”이라며 “애초에 여가부가 만들어진 이유는 여성 관련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강모(26·여)씨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잡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보인다”며 “막상 폐지하면 여가부가 담당하는 업무를 어느 부서에서 맡을 건지, 제대로 된 대책도 없는 폐지론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여가부 폐지 대안으로 내놓은 양성평등위원회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전략도 없다이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28·여)씨는 “여가부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본인들이 제시한 양성평등위원회는 어떻게 기능하도록 할 건지 의심스럽다”며 “실효성이 없다면 개선안을 고민해야지 폐지 주장이 맞는가”며 비판했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소장은 “‘정인이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었다”며 “편향성을 지적하거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건 이해하지만 무조건 없애라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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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론조사는 여가부 폐지를 찬성하는 쪽이 조금 더 높게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적절하다’는 48.6%, ‘부적절하다’는 39.8%였다. ‘잘 모르겠다’는 11.6%로 나타났다.
그동안 양성평등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최모(28·남)씨는 “20대 남성들은 그동안 여가부 정책에 느끼는 반발이 있었지만 눈치가 보여 속 시원히 말하지 못했다”며 “솔직히 여성이 사회에서 정말로 차별받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있는데 굳이 여가부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업무를 다 맡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0대 남성 이모씨 또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침묵한 것이 여가부다”라며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을 새로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애초에 여성을 전담하는 부처로 인식해 자신과 무관하다는 시큰둥한 반응도 나왔다. 김모(29·남)씨는 “여가부 폐지 논란에 관심 없다”며 “여성을 위한 부처이고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 왜 남의 일에 관심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60대 여성 A씨는 “논란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