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칼 뽑았다…하이트진로 총수2세 박태영 고발

김상윤 기자I 2018.01.15 12:00:00

박태영 회사 '서영이앤티' 전사적으로 지원
본사지원+납품업체지원+주식 고가매각
각종 변칙적 수법 통해 이익 몰아준 혐의
하이트진로 "주식매각 억울..소송 대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개혁의 ‘칼’을 빼내 들었다. 재계 55위인 하이트진로(000080)그룹의 총수일가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적발하고 총수2세 고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지원하거나, 납품업체인 삼광글라스를 통해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07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인고발 외에 이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총수2세 박태영 부사장과 비롯해 김인규 대표, 김창규 상무는 개인고발까지 결정했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총수일가 고발은 한진그룹 제재 이후 처음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의결한 사건이라 엄격한 제재가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7년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장기간 예상을 뛰어넘는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장사인 서영이엔티는 2016년말 기준 박태영 부사장(58.44%)을 비롯해 박문덕 회장(14.69%) 등 친족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하는 계열사로, 생맥주를 담는 통(케그)과 냉각기 등 기자재를 만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로부터 생맥주 기자재 등을 매입하면서 정상거래와 비교해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줬다. 총수일가 승계 및 지배력 확대를 위해 전사적으로 부당 지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태영 부사장
구체적으로 하이트진로는 계열사인 서영이앤티에 직접 인력을 지원한 데 이어 납품업체인 삼광글라스를 통해 원자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유통마진인 ‘통행세’를 취득했다. 삼광글라스는 사실상 하이트진로와 전속거래를 맺고 있는 회사로, 하이트진로와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서영이앤티에 마진을 떼고 납품을 지속하면서 나름의 이익도 챙겼다.

삼광글라스가 직접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던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납품했고, 부당지원 문제가 제기되자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입하는 행위도 지속했다. 이 역시 문제가 되자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에 공캔과 전혀 무관한 밀폐용기 뚜껑인 글라스락캡을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하청업체로부터 구입하도록 요구하면서 각종 변칙수법을 동원했다.

여기에 서영이앤티의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상가격을 훨씬 웃도는 고가에 매각한 혐의도 추가됐다. 자금압박에 시달린 서영이앤티는 용역업체인 서해인사이트를 하이트진로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키미데이타에 ‘웃돈’을 받고 매각하면서 우회적으로 이익을 챙겼다. 설립당시 자본금 5억원에 불과한 회사이지만 2년 만에 매각가치가 25억원으로 훌쩍 뛴 채 키미데이타에 넘긴 셈이다.

공정위는 정상가격(14억원)보다 두배가량인 25억원으로 부풀리는 과정에서 박태영 부사장이 직접 관여한 증거도 확보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결재문서를 삭제해 허위자료를 제출한 불법행위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별도로 법인과 해당직원에게 각각 1억원과 10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했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으로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주고, 경쟁 중소기업의 시장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만큼 엄중 제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측은 향후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부분은 다수의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어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총수2세 회사인 ‘서영이앤티’ 부당지원 현황. 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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