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는 상황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제안한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까. 16일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마라톤 회의에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던 터라, 과연 북한이 국회의장 회담에 호응해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정 의장은 경축사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다. 광복 70주년의 참다운 뜻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북한 최고인민회의 측에 ‘남북 국회의장 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회담 시기와 관련해 “다가오는 광복절 즈음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북측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 의장은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 국회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 회담에서는 보건의료협력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는 물론, 북한지역 나무심기와 문화유산 보존사업 등의 비정치적 분야 남북협력사업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조속한 답변을 기대했다.
의장실은 다음주에 회담의 구체적인 의제와 시기, 장소 등을 논의한 뒤 남북 국회의장 회담 전통문을 북한에 보낼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1년만에 열린 남북 당국간 회담이 별 소득없이 끝났고 추후 회담 날짜도 잡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국회의장 회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장 회담을 1년여 넘게 준비해온 의장실은 국회의장 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시점과 불신이 팽배한 당국간 회담보다는 부담이 적고 정 의장이 국회의장에 취임한 이래 지속적으로 남북국회 회담을 촉구하면서 북측에게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회담 의제로 제안한 비정치적인 보건의료협력사업에서 손쉽게 회담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의장실은 북한 30곳에 30병상 규모의 병원 30개를 건립하는 보건의료협력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국회의장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며 “북측이 호응한다면 개성공단이나 평양 등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3국에서의 회담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 회담이 열리면 북한에서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 의장은 지난해 3월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최 의장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국가두마(하원) 세르게이 나리슈킨 의장, 연방회의(상원)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의장을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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