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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엉터리 복원..감사원 "일부 재시공 필요"

피용익 기자I 2014.05.15 14:24:2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국보 1호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과 규격에 맞지 않는 기와가 사용돼 재시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 31호 첨성대는 매년 기울어지고 있는데도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공개한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에서 “숭례문 복구공사의 일부 공종(단청·기와·지반)이 복구원칙과 달리 시공됐고, 문화재 보수·정비 및 보존·관리 등에서 다수의 문제점을 확인,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숭례문의 경우 문화재청이 지난 2009년 12월 민간업체 두 곳과 숭례문 복구공사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기한(5년)에 맞추려다 곳곳에서 부실시공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 단청 부분은 전통방식인 아교 등에 대해 시공기술과 경험이 없는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단청장은 시공과정에서 아교가 흘러내리고 색이 흐려지자 사용이 금지된 화학접착제와 화학안료를 현장에 몰래 반입, 사용했다. 이 결과 아교와 화학접착제의 장력 차이로 단청박락이 발생했다.

이 단청장은 값싼 화학접착제 사용으로 공사과정에서 3억원의 부당이익까지 챙겼다고 감사원을 밝혔다.

감사원은 또 단청에 물이 닿으면 얼룩이 생기는 현상을 막고자 단청장이 임의로 동유(희석 테레빈유)를 바르는 바람에 화재 위험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숭례문 지반을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문화재청이 제대로 된 고증이나 자문 없이 공사를 진행, 숭례문과 주변 계단부분이 복구 기준시점인 조선 중·후기 지반보다 최고 145㎝ 높아지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와도 엉터리였다. 당초 고증을 거쳐 기존 숭례문의 규격대로 제작하기로 했지만, 업체로부터 시공이 번거롭다는 의견을 받고 KS규격으로 변경, 화재 전과 모양 및 크기가 크게 달라졌다.

감사원은 소나무 바꿔치기나 기증목 유용 등 기존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이번 감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리도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국보 31호 첨성대는 지반침하로 매년 1㎜ 정도씩 기우는 것이 지난 2009년 확인됐으나 경주시는 지난해 말 안전진단을 하면서 추가침하 가능성과 침하의 원인 등에 필요한 지반상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 첨성대 꼭대기 부분의 석재가 떨어져나와 낙하할 위험이 있는데도 경주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긴급보수사업비를 받지 못했다며 안전조치 없이 방치했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숭례문 복구 사업관리를 부실하게 한 숭례문 복구단장 등 5명의 징계를 요구하고, 단청·지반·기와 등은 재시공 또는 보완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의 국비지원기준을 보완하는 한편, 불합리한 제도 등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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