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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르포]'Again 1994?' 펄펄 끓는 대한민국

문정태 기자I 2012.08.07 17:00:00

10일 넘게 폭염·열대야 지속
서울시민 도심속 피서 백태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지난 일요일에 참다 참다 못해 집밖으로 나섰습니다.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데 36도 기온의 위력을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버스라도 타고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나와버렸죠.”(33세 직장인 김영욱씨)

“즐거운 마음으로 주말 당직을 섰어요. 사무실에는 뜨거워지면 안 되는 전자제품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고 있는데 하루를 시원하게 보내고, 돈도 벌고 1석2조였죠. 하하.”(39세 직장인 민 모씨)

해질 무렵 남산순환로에서 퇴근한 직장인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펄펄 끓고 있다. 최악의 여름으로 회자되고 있는 ‘1994년 여름’과 비견될 정도. 경북 경산시가 지난달 31일 40도를 기록, 전국민을 아연실색케했다. 서울에서는 올 들어 최고기온이 폭염의 기준인 33도를 넘은 날이 이달 7일까지 12일째다. 해가 떨어져도 더위는 물러가지 않는다. 서울의 열대야는 지난달 27일 밤부터 시작해 30일 하루만 빼고 11일 동안 지속되고 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더욱 고통스럽다.

더위에 지친 서울시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와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남산순환로를 따라 걷거나 뛰는 사람들, 한강변에 마련된 자전거 도로 위를 씽씽 달리는 자전거족들처럼 더위와 한판 싸움에 나선 사람들이 눈에 띤다.

시청광장(왼쪽)과 청계천(오른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족과 연인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퇴근 무렵 청계천이나 시청광장, 한강둔치 등에서 가족, 연인,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며 더위를 달래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이 좋은 사람들은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대형마트·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며, 사무실에서 동료를 대신해 업무를 하며, 버스·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김 모씨(39세·성북구)는 “더위를 참다 참다 못해 가족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청계천에 나와 봤다”며 “여기라고 덥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가족들과 함께 나와 시간을 지낼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오후 8시경 종로번화가 전경.
살인적인 폭염은 도심의 풍경도 바꿔 놓았다.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떠난 피서객들 덕분에 출근길 버스와 지하철 안은 한결 여유로워졌고, 퇴근시간 도로정체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발디딜 틈조차 없던 유흥가 주변도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들 만큼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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