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국내 제조업체들이 신흥국 후발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제품 서비스화(servicization)`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제록스가 복사기 제조업에서 문서 관리시스템 회사로 변모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제조업체들이 제품 개발과 생산성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경쟁우위 요소로 활용해야만 신흥국 후발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제조업 성장의 묘수: 서비스화`(신형원 수석연구원)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연구원은 "최근 제조업체들이 제품의 서비스화를 통해 차별화를 모색하고 수익 증대를 도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이는 부품의 표준화와 모듈화, 글로벌 소싱 등으로 제조업체 간 품질의 차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체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 중심이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브랜드와 디자인`이 더해졌고, 최근에는 `서비스 경쟁력`까지 추가됐다"며 "이에 따라 서비스를 경쟁우위 요소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형태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신(新)서비스 추가형과 ▲서비스 강화형 ▲렌털·리스서비스형 ▲서비스사업형이다.
`신서비스 추가형`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감성적 가치를 제공해 구매를 촉진시키는 유형이다. 연구원은 세계 3대 시멘트 업체인 멕시코의 세멕스가 `시멘트 계`를 통해 매출의 85%를 소매 고객에게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멘트 계는 지역별로 3명이 모여 매주 13.5달러의 곗돈을 내서 차례로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시멘트를 구매하는 캠페인이다. 세맥스는 연간 5억달러 이상의 신규 시멘트 수요를 이 시멘트 계를 통해 창출하고 있다.
`서비스 강화형`은 제품의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의 농기계업체 `디어앤드컴퍼니`가 농기계에 GPS 장비를 탑재해 액정화면으로 현재 위치에서 가장 적절한 영농처방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렌털·리스서비스형`은 초기 비용을 줄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여기간에도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파나소닉은 2002년부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형광등을 대여해주고 수명이 다한 제품을 회수해 교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8년 현재 900개 고객사가 5100곳의 현장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 사업형`은 제품 사용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이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경우다. 롤스로이스가 99년 엔진 수리 업체 `내쇼널 에어모티브`를 인수한 뒤 엔진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통한 매출 확대에 주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연구원은 "제품의 서비스화는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전략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며 "추가된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과 생산 중심의 제조업체가 서비스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원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서비스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기업도 M&A나 제휴를 통해 단기간에 고도화된 서비스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