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원석기자] 9일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예상치에 부합한 50bp 가량 인하한 것이 조정 분위기를 이끌었다.
전날 한국은행와 기획재정부간 협력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75bp 인하기대감을 만들어 형성된 과도한 강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분위기였다. 다음주초 국고채 5년물 2조2400억원 입찰을 앞두고 있는 점도 시장에는 수급상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였다.
국고채 중심으로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통안채 단기물과 산금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의 금리는 되레 하락했다. 조정 장세 가운데에서도 최근 단기자금 시장의 수급 영향으로 매수세가 붙은 채권들은 오히려 강세 분위기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통화정책 변수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만큼, 본격적으로 국고채 수급 부담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 요인이 부각될 것이란 이야기다. 다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받은 회사채 등에는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될 전망이다.
채권 장외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8-3호는 전거래일 대비 17bp 상승한 3.43%에 거래됐다. 5년물 8-4호는 26bp 오른 3.98%에 호가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3.48%(+22bp)와 3.99%(+27bp)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은 각각 4.37%(+21bp)와 4.78%(+21bp)에 고시됐다. 통안증권 1년물과 2년물은 각각 2.78%(+4bp)와 3.34%(+24bp)를 나타냈다.
3년만기 국채선물 3월물은 전일보다 83틱 하락한 112.25에 마감했다. 증권사와 은행이 각각 1405계약과 1003계약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개인, 투신권 등에서 각각 1180계약과 615계약, 720계약 등을 순매도했다. 전체 거래량은 10만2170계약 수준이다.
◇ "75bp 인하 기대는 복권이었다..다음주 5년물 입찰 부담 부각"
결국 과도한 기대감이 빌미가 됐다. 기업은행 CD가 2.9%에 발행된 것과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재료삼아 형성된 75bp 가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무산되면서, 시장이 어제의 강세분을 그대로 반납했다.
과도했던 부분이 정리되는 만큼 시장 전체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일반적인 인플레 기대심리를 3% 정도로 본다면 지금 기준금리는 이미 기대인플레 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들어갔다"고 말한 것이 추가 금리인하폭 제한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긴 했다.
하지만, 이미 기준금리 하단이 2%라는 인식이 컸었기에 대체로 수긍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한 외국계 은행 채권 운용자는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을 암시한 총재 발언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되는 모습이었다"면서도 "`75bp는 복권`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무너지는 것 자체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채권운용자는 "금통위 변수가 지나고 난 뒤라 본격적으로 국고채 수급 부담이 부각된 것 같다"며 "단기자금시장 온기가 영향을 미치는 1년이하 통안채, 일부 공사채, 은행채 영역에서는 오히려 강세 분위기가 전개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수급부담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매수심리는 주로 크레딧물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험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국고채 절대금리가 너무 많이 내려간 상황에서 수급 부담이 부각될 경우, 시장의 투자 수요는 급속하게 크레딧물로 쏠릴 것"이라며 "스프레드가 많이 즐어든 은행채보다 회사채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