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라이빗뱅킹 아직은 미숙"-이코노미스트

권소현 기자I 2003.01.10 17:26:23

대상고객 기준 낮아..불필요한 부가서비스도 문제

[edaily 권소현기자] 한국 은행들이 최근 부유층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뱅킹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성숙하려면 멀었다고 주간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가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우선 프라이빗뱅킹 대상 고객기준이 너무 낮다.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15개 시중은행 대부분이 1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유럽의 스위스나 미국 등 선진시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등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은행도 있지만 제일은행처럼 5000만원까지 낮춘 곳도 있다. 또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의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내용도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세금정산과 법률 서비스, 자산관리, 일부 서비스 할인혜택 등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은행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고객을 끌기 위해 너무 사치스러운 부가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어 마케팅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실질적인 수익은 떨어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리무진 렌탈 서비스나 자녀에 대한 중매 서비스, 건강관리,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미끼로 던져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 은행들은 미국 병원들과 제휴를 맺기도 한다. 스위스 은행인 UBS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프라이빗뱅킹은 고객들이 주가지수연계 파생상품 등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돼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0월 프라이빗뱅킹 시장이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서비스 폭을 넓히고 보다 안적정인 수익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고객들의 요구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프라이빗뱅킹이 돈세탁과 은행직원들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티그룹과 같은 외국계 은행이 한국 프라이빗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최근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 프라이빗뱅킹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고객들이 이미 사치스러운 서비스에 너무 물들어 있어 외국계 은행들의 시장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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