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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눈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 대통령’이 교체되면 현재와는 다른 정책에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이 연임하거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새로운 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책 기조 달라지지 않을 것…다만 금리 인상 늦어질 수 있어
18일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파월이 연임해 실패해 브레이너드가 의장으로 임명돼도 정책 기조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레이너드가 파월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그는 노동 시장의 부진한 회복을 이유로 테이퍼링(채권매입축소)에 나서기 이르다고 주장한 바 있다.
브레이너드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너드가 파월보다 좀 더 비둘기적인 인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양적완화 정책을 더 오래 고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파월보다 기후문제와 같은 정치·사회적 사안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CNBC는 덧붙였다.
미 금융그룹 브리클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브레이너드를 조금 더 비둘기적으로 보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두 후보는 (정책과 관련해) 큰 입장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美 증시 반등…채권 커브 스티프닝 장세 올 것
채권시장에는 영향이 꽤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크바는 브레이너드가 임명되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방대할 것이라며 “‘커브 스티프닝’이라며 장세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브 스티프닝은 채권 수익률 곡선의 경사가 가팔라지는 현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커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브레이너드가 임명되면 더 비둘기적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져 10년물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는데, 통상 투자자들은 미래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으로 생각되면 장기 채권을 매도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한다.
◇“금융 규제 늘어나 금융주 약세 보일 수 있어”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 전략가는 브레이너드가 임명되면 일부 금융주들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JP모건,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같은 주요 은행들을 우려했다. 그는 “브레이너드가 은행 규제와 기후 변화, 빈부격차에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며 “이는 일부 진보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브레이너드의 임명을 바라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 의원과 같은 일부 진보 성향 민주당원들은 금융 규제 강화 및 기후 변화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브레이너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연준 의장들이 연임한 전례가 많으며, 파월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금융정책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68세인 파월은 공화당원 출신으로,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에 입성했다. 이후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의장으로 임명해 이듬해인 2018년에 취임했다.
브레이너드는 59세로, 민주당원이자 경제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고위직을 맡은 뒤 지난 2014년 연준 이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