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 달 전보다 더 기준금리 인상에 한 발짝 다가섰다. 처음으로 ‘연내’라는 말을 꼭 집어서 밝히는가 하면,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 ‘서두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하겠다’는 발언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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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일문일답이다.
-연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오늘 처음인 것 같다. 연내에 의미 부여를 해야 될까?
△ 지난 번 창립기념사를 하면서 ‘연내’라는 것을 염두했는데 오늘 처음 썼는지를 몰랐다.(이 총재는 지난 11일 창립기념사에서 하반기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 총재 임기 전 두 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인상 시점도 올 3분기를 점치는 시각이 생겨났다. 특히 국고채 3년물 금리와 한은 기준금리 간 격차가 최근 85bp(1bp=0.01%포인트) 넘게 벌어져 이를 반영한다. 이런 시장 기대와 채권 금리 반응이 합리적인가? 혹은 과도한가?
△ 상당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통화정책을 금년에 몇월부터 그리고 어떤 속도로 정상화해나갈지는 결국 우리 경제 상황과 경기회복세, 물가는 물론이고 금융불균형 진행의 정도, 최근 우려되고 있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달려 있다. 저희는 이런 상황을 그야말로 상시 지켜보면서 저희가 늦지 않은 시점에 저앙화를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리 정책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에 경제 주체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한은 기준금리간 격차 등을 봐가면서 과도하다든가,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이 안 된다고 한다면 부단히 그 간극을 좁혀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갭률 마이너스폭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 시점에서 올해 몇 월쯤 플러스 전환 예상하는가?
△ 지금 이용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간이 추정을 해보면 현재 마이너스 갭이 내년 상반기에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4.0%)를 전제로 한 것이다. 성장세가 예상치보다 더 확대된다면 해소 시기도 더 앞당겨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 (플러스 전환 시점이) 올해말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해 볼 수 있다.
-1~2회 금리 인상이 긴축은 아니라는 한은 집행간부의 발언이 있었는데 총재 생각도 같은가?
△ 1~2회 금리 인상이 긴축이 아니라는 발언은 지금의 통화정책, 완화 수준이 실물경기에 비해 상당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조금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이 완화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저도 의견을 같이 한다.
-당정이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돈풀기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간 엇박자 논란이 나오는데 총재의 생각은? 정부가 재정을 먼저 풀고 향후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는 얘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 일부 언론에서 엇박자라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년 전에는 코로나 위기라는 큰 충격이 발생해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확장적으로 운용해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이 시급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통화, 재정정책 모두 강도 있게 완화적이고 확장적으로 펼쳐왔다. 현재는 전체적인 경기 회복세는 뚜렷하지만 부문별로는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불균등한 회복(uneven recovery)’이란 표현을 쓴다. 부문별로 격차가 상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을 끌고 가야 할까.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개선 정도에 맞춰서 완화 정도를 맞춰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작용을 제거하는 것이 통화정책이 취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정책은 부문별로 불균등하니까 취약계층 또는 코로나 이후 생산성을 높이는 부문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통화 재정정책의 상호보완적인 조합이 아닌가 싶다. 추경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재정정책 쪽에서 커버해주면 통화정책 측면에선 오히려 도움이 된다.
-전일 김부겸 총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재정당국와 협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재의 생각은?
△ 재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통화당국과 거시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행법에도 나와 있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다든지 현 상황이나 정책 효과에 대한 논의 등은 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목표치인 2%를 넘을 가능성은?
△ 수요측면에서 경기 회복 빨라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 커지고 있다. 공급측면에서도 지난달 물가 전망을 했을 때보다 한 달간 변화가 있었다.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상당히 컸는데 오름세가 에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 달 전 전망시 예상 수준을 넘어 70달러 웃돌고 있다. 특히 유가는 국내 물가에 파급효과가 상당히 큰데 이런 유가 상승세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지속되거나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한다면 당초 물가 전망치에 비해 상방리스크가 클 수도 있다.
-현재의 물가상승세는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물가 상승세가 커질 수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의 경기 회복세에 달려 있다. 소비 개선 흐름의 속도나 강도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 진행될지 거기에 좌우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또한 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요와 공급측 압력이 커진다고 하면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영향을 미칠 것이고 보다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목표가 2%인데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3년 이후로 한 번도 2%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물가 상황과 관계 없이 기준금리는 오르고 내렸다. 사실상 우리나라 물가안정목표제는 1% 중후반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 장기간 물가가 2% 하회한 것은 세계화, 온라인 거래 확산 등 구조적 요인 크다. 국내 요인으로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 정부 복지 정책 확대도 물가 상승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 목표 수준 하회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2% 물가 목표는 단기가 아닌 중기적인 시계에서 추구해야 할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또 물가에는 금리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글로벌 구조적 요인이나 정부 정책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 하나만으로 물가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은행이 중기 시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가 2%가 적정하고 통화정책도 가급적 목표를 추구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