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유호빈 기자=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가 요즘 신차 구매층의 화제 모델이다. 이달 초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신차를 출시하기 전에 8세대 쏘나타 디자인을 공개한데 이어 11일부터 사전계약을 접수했다. 그 결과 닷새 만인 15일 1만대(1만203대)를 돌파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뉴 라이즈 모델로 자존심을 구긴 쏘나타가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1985년 처음 쏘나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래 중형 세단의 대표자로 각인됐었다. 현재 쏘나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택시 또는 렌터카다.
매번 출시할 때마다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기존 7세대 쏘나타는 달리기 성능에서 한 발 앞선 쉐보레말리부에 뒤지고 고급스러운 유러피안 디자인을 뽐낸 르노삼성 SM6보다 디자인에서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랴부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오히려 신형 모델이 전작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황당한(?) 발생했다. 자가용 판매율이 50%도 되지 않았고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졌다. 그래서인지 8세대 쏘나타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마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1990년대 초반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내 건 유명한 말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8세대 쏘나타에는 명예회복을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 여기저기 돋보인다.
크기는 그랜저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커졌다. 길이가 딱 30mm 짧다. 디자인에서는 뉴 라이즈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NF에서 6세대 YF 쏘나타로 풀 체인지 되었을 때를 보는 것 같다. 역대 최고 디자인 쏘나타로 꼽히는 YF는 당시 과감한 디자인 변혁으로 “삼엽충”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번에도 그런 기대가 가는 디자인이다. 앞 오버행을 줄이고 뒤 오버행을 늘여 더 스포티한 디자인(패스트백)을 만들어냈다. 기존 패밀리 세단의 이미지를 버리고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로 바뀐 모습이다. 너무 과감하게 변경해 이상하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밋밋했던 전작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진 디자인이다. 물론 호불호는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디자인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내비게이션이 에어컨 송풍구 위에 위치하는 팝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최근 현대기아차 신차 트렌드다. 그러면서 기존 8인치 내비게이션은 10.25인치로 커졌다. 또 펠리세이드에 이어 버튼식 기어가 달리면서 전 트림에 페들시프트가 추가됐다. 또한 12.3인치 LCD 클러스터도 눈길을 끈다. 물론 3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밀레니엄 트림부터 기본 품목이라 아쉬울 뿐이다. 그 아래 트림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디자인에 비해 오히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소소할 정도다. 아반떼에 이어서 스마트스트림 형식의 엔진이 적용되었다. G2.0 CVVL 엔진은 최고출력 160마력(ps), 최대토크 20.0(kgf·m)의 성능으로 기존 엔진과 비슷하다. 연비는 10.8% 증가한 13.3km/L를 낸다. 미국에서 연일 직분사 엔진 리콜을 하고 있는 현대차라 내구성이 어떨지 궁금하다. 신차 이후 2,3년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변속기는 전작과 같은 자동 6단이다. 8단이 아닌 게 아쉽다. 중형차 풀 체인지 차량에 6단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으로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출시된 경쟁차량인 토요타 캠리 가솔린 모델은 8단, 혼다 어코드는 10단이 적용됐다. 아마도 2,3년후 마이너 체인지 변경 때 새로운 변속기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 1.6터보 모델과 2.0 하이브리드 모델도 속속 나온다. 기존 2.0 터보를 대신해 2.5리터 터보를 단 N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 IT 기술 역시 8세대 쏘나타의 백미다. 스마트폰의 근거리 무선 통신(NFC)기능으로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다. 또 최대 4명까지 개개인의 프로필에 시트포지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아웃사이드 미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클러스터, 공조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블랙박스도 차량에 내장된다. 룸미러 뒤쪽에 빌트인 타입으로 설치돼 기존 블랙박스가 시야에 방해가 되던 단점을 없앴다. 별도 메모리 카트를 추가하지 않고 스마트 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34만원으로 100만원 안짝의 내비게이션을 선택해야 달 수 있다. 현대차가 잘하는 옵션질(?)은 여전한 셈이다. 또 현대차 최초로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JBL, Lexicon, KRELL 같은 하만 그룹의 스피커를 사용했지만 르노삼성 차에 많이 달렸던 BOSE 시스템을 채용한 게 눈길을 끈다.
적어도 당분간 택시 모델은 출시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작인 NF가 택시로의 인기가 많아 14년 3월까지 택시를 생산하고 YF도 LF가 출시하고 6개월간 병행 판매한 길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8세대 쏘나타가 택시의 이미지를 갖지 않기 위해서는 뉴 라이즈 모델을 계속 택시 모델로 생산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뉴 EF 쏘나타가 2018년까지 택시로 생산됐다.
많은 것이 바뀐 만큼 가격도 꽤나 올랐다. 엔트리 트림이 2346만원으로 기존 보다 130만원 정도 올랐다.
뉴 라이즈 쏘나타는 판매량이 월 5000대 이상 됐지만 택시와 영업용 비율이 50% 이상이라는 이유로 자가용으로 점점 멀어졌다. 현대차는 이번 8세대 쏘나타에 칼을 간 셈이다. 30% 넘게 차지했던 택시를 출시시키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가격대가 높아지면서 한 단계 위인 그랜저 가격대와 비슷해졌다.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다 . 차로 사람을 평가하고 큰 차를 중시하는 이상한 자동차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같은 가격대면 큰 차인 그랜저를 선택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쏘나타가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현대차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