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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정위는 한화(000880)의 총수일가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해소 시도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판단 유보’라는 평가를 내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편 바람직”
공정위는 이런 내용이 담긴 최근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사례를 분석해 5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공정위가 직접 행정력을 동원해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편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을 추구했다.
5대 그룹 중에는 삼성을 제외한 현대차, SK, LG, 롯데 등 4개 집단이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 등 6개 집단도 구조개편안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은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을 발표하고, 롯데 효성은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LG(LG상사) SK(SK케미칼) LS(가온전선) 등은 지주회사 밖에 있던 계열사를 체재내로 편입하고, SK는 두개 자회사가 공동출자한 손자회사(대한통운)를 단독 손자회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비중이 높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계열사 정리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대림은 총수일가가 100% 보유한 에이플러스디를, 태광은 총수일가가 67.8~100% 보유한 세광패션·메르뱅·에스티임·서한물산·티시스의 지분을 처분하거나 처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전체적으로 일부 대기업집단에서 소유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움직임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이제 시작인 만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다른 집단에서 사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정위는 한화그룹의 사익편취 혐의 해소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판단 유보를 내렸다. 한화는 지난해 8월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 보유한 IT서비스업체인 한화S&C를 물적분할해 사업법인(IT서비스 사업부문)의 일부지분(44.6%)를 재무적 투자자(FI)인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스틱컨소시엄)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과 한화S&C와 거래비중은 67.56%로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었던 터라, 한화측은 이번 계약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이 규제를 피해나가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적분할 뒤 한화S&C는 IT서비스 사업부문 지분을 100% 갖게 되는데 이 가운데 44.6%를 스틱컨소시엄에 넘기는 절차를 밟게 된다. 물적분할 이후 한화S&C에는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 지분과 이를 관리하는 조직 일부만 남게 되고, 3형제는 IT서비스 사업부문의 지분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지배하면서 내부거래를 계속 하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만 규제대상으로 할 뿐 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간접지분은 따지지 않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피해가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뒤, 향후 한화S&C와 한화를 합병해 3형제에게 그룹 지배력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 국장은 “한화그룹이 삼남회사인 S&C를 물적분할한 후 일부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팔았지만 사익편취를 비켜간 것인지, 바람직한 개선인지 논란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만큼 판단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앞으로 반기별로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을 분석 평가해 발표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순차적으로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순환출자 해소 등은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다른그룹과 달리 삼성은 소유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달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개편 움직임을 지켜본 뒤 추가로 ‘칼’을 꺼내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