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윤증현 "꽃이 피어야 봄이 온 것"

김기성 기자I 2009.05.19 21:08:48

섣부른 경기낙관론 경계..봄소식 이르다
부동산상승 정책기조 변경할 정도 아니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온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9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비유를 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봄소식을 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윤 장관은 특히 최근의 과잉유동성 논란과 관련, "확장적 정책기조를 바꿀 단계가 절대 아니며 아마도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최근의 일부 긍정적 신호를 낙관적으로 보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한다"면서 "내년도 재정여건이 대단히 열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감세정책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희망도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따사한 봄의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윤장관과의 일문일답

- 취임 100일 소감은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100일이 됐다.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저에게 보내준 애정, 관심, 지원 모든 것을 엮는 적정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취임 당시를 돌이켜 보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였다. 그 건 정직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일자리와 민생안정을 위해 추경에 전념했고, 구조조정 돌입과 위기 이후 성장잠재력 확충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내수 시장 확대, 규제완화, 녹생성장 등 구조개편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단기간에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 긴 여정은 계속 될 것이다.

-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데

▲경기가 변곡점에 다다랐다거나 자유낙하가 끝나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 자생력이 충분치 않고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경기 하강 속도는 완화되고 있지만 하강 국면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일부 긍정적 신호를 낙관적으로 보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온 것이다. 봄 소식을 전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내년에는 따사한 봄의 희망을 갖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앞장서겠다. 위기극복도 국가간 경쟁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위기가 끝난 다음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대외의존도가 높아 대외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대응과 의지가 더 중요한 요인이다. 마지막까지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대한민국이 위기를 빨리 극복해서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위기 이후 어떠한 모습으로 세계경제 무대에 등장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할 때다. 기업구조조정은 큰 소리내지 않으면서 정밀하게 추진하겠다. 색성장 서비스선진화의 노력도 배가하겠다. 관련 부처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

- 기업구조조정을 큰 소리내지 않고 정밀하게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우리의 뇌리에는 10년전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당시에는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도로 인해 구조조정에서 큰 소리가 났다. 이러한 생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1년내내 상시화돼 있다. 기업은 능력보다 부채가 많을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10년 전 부채비율은 426%였던 반면 지금은 104% 정도다. 4분의1 이하로 줄었다. 자기자본으로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고 빚이 없다는 얘기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BIS) 비율도 그 당시에는 6~7%였는데 지금은 12~13%다. 두배다. 부실이 현재화된 은행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때 만들어진 구조조정촉진법상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하게 돼 있다. 기업의 재무흐름과 구조는 주채권은행이 제일 잘 안다. 주채권은행이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조조정은 업종별, 기업별 두가지 트랙으로 가야한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 조선의 1차 구조조정이 발표됐다. 지금은 2차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해운업이 추가됐다. 지금 해운업은 매우 어렵다. 물동량이 줄어들어 운임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중심으로 관련법에 의해 총 여신의 0.1% 이상인 대기업 계열 44개에 대해서 지금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재무평가를 하고 있다. 한창 작업이 진행중이다. 5월말까지 불합격된 대기업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게 될 것이다. 개별 대기업에 대해서는 6월말까지 주채권은행에서 똑같은 절차를 밟아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다. 경기회복 조치와 함께 구조조정 조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지켜봐달라

-과잉유동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판단이 유지되는 것인지.

▲올들어 62조~63조의 단기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게 사실이다. M1(협의통화) 중심으로 늘고있다. 유동성과 관련한 좀더 근접한 지표인 M2(광의통화)는 그렇게 늘지 않고 있다. 더 중요한 통화유통속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다. 단기유동성은 늘지만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아마도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정부는 유동성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유동성이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야하는 것이 과제다. 지금은 (확장적 정책기조를) 바꿀 타이밍은 아니다. 다만 부분적 국지적으로 유동성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유의하겠다. 아직 정책적 기조를 바꿀 단계는 아니다.

좋은 선례가 있다. 타이밍을 잘못 판단해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는데 긴축하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 미국의 대공황시대에 금리를 올렸다.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 불황이 길어졌다. 일본도 잃어버린 10년 당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책입안자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타이밍이 너무 늦어버리면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부분적 국지적이라고 말했는데, 부동산시장을 말하는 것인지

▲자금의 흐름이 일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서 부동산을 앙등시키거나 하면 새로운 문제가 될 것이다. 준비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시급히 서둘러야 할 정도로 자산시장의 변화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살아나는 부분은 있지만 정책기조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 자금 흐름의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그 기사에 따라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기사이클은 언제나 하강과 상승이 있다. 이 시점의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책임있는 정책당국의 말을 믿어달라.

-주식 등 자산시장과는 달리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낄려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유지돼야한다. 그런데 일자리는 민간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세컨드 베스트 밖에 되지 않는다.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건설업 음식숙박업 등 민간에선 40만명 줄었고, 행정서비스 보건 등 공공부문에서 재정의 조기집행에 힘입어 보완됐다.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의 주체는 민간이어야 한다. 민간소비가 빠르게 살아나야 하는데 4%대로 줄고 있다. 설비투자도 20%대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자산소득이 없는 사람, 다시말해 경제적 약자에게는 일자리가 주어져야 하는데, 민간부분은 아직 봄 소식이 이르다. 대외의존도도 높은 경제지만 주력인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 수출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야 한다. 안팎으로 아직은 어려운 시기다.

-비정규직 기간연장이 논란이 돼 왔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회에 7월1일부터 2년 더 연장하는 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6월 국회에 논의되길 희망하고 있다. 올해는 노동시장 유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있고, 연말에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관련법 등이 패키지로 돼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다각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은 6월에 처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추경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25만원씩 주기로 했다. 통과 안되면 근로자들이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통과되지 않나 싶다.

-환율이 1240원까지 빠르게 절상되고 있다. 환율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더이상 위기설은 없다. 환율은 경제펀더멘탈과 시장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2월과 3월 경상수지가 흑자났다. 기관 마다 다르지만 올해 경상수지가 200억달러 이상으로 보는 곳도 있다. 경상수지 동향 만한 펀더멘탈 지표는 없다. 외환시장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 외평채 30억달러를 발행했고, 은행 등도 외채 발행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은 정부 보증받지 않고 커버드 본드 10억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속도나 폭이 빠르다. 모든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 또 상대적 개념일 수 있다. 상당히 안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나

▲노동시장 유연화가 중요하다. 유동성이 실물부분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외국인은 노동경직성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해외투자가들이 제일 먼저 지적하는 부분이다. 산업의 앞날과 국가 발전을 위해 노동의 유연성이 제고돼야한다. 노동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의사표현은 민주화돼야 한다. 폭력 불법적 행위는 정말 차단돼야한다. 국가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대외신인도가 어떻게 왜곡될지 문제의식을 갖고 봐줘야한다.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세제 감면은 없다고 했는데

▲내년도 재정여건이 대단히 열악하다. 내년 세수는 올해 기업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추가 감세는 현재로선 어렵다. 다만 정책일관성상 그동안 진행돼 온 것은 그대로 간다. 현재의 여건상 앞으로 추가적인 감세는 없다고 봐야한다.

-그럼 상속세 개정 등은 하는 것인가

▲ 그 것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서비스선진화와 관련, 교육 의료 등에 대한 각부처 입장이 다르다. 어떻게 조율할 계획인가

▲재작년 작년에 비하면 근접해 가고 있다. 한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반드시 가야할 방향은 간다. 물러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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