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종훈기자]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지난 3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외환은행 경영진과 노조, 직원은 물론, 국내은행과 금융감독당국이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론은 더 신중하게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해 보입니다. 하지만 금융부 백종훈 기자는 합리적인 선에서 신속한 매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캥거루 모르시는 분 없을 겁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근에만 사는 포유류로, 육아낭이라고 불리는 복부 주머니에 새끼를 넣어 기르는 것으로 유명하죠.
캥거루는 새끼를 낳은 후 길게는 1년까지 육아낭에 새끼를 넣고 다닙니다. 캥거루의 수명이 10~15년임을 고려하면, 아마 인간 다음으로 독립이 늦은 동물일 겁니다.
외환은행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일각에선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5년여만에 큰 돈을 벌지 못하도록 외환은행 매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신중하게 매각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캥거루 은행으로 만들 수 있다`란 지적은 귀 기울일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외환은행은 사모펀드의 품을 떠나 제대로된 전략적 투자자를 만나야 합니다. 맘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합니다.
소모적인 매각공방에 얽매여 `방어적인 경영`만 계속하게 해선 발전이 없습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장기적인 발전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독자생존 방식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내려는 론스타를 상대로는 쉽지 않습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산업도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기점으로 치열한 영업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년이후 수년간 호조세였던 은행산업의 호경기가 끝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외환은행 경영진도, 직원들도 빠른 매각이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 외환은행 영업점 직원은 "외환은행 하면 론스타를 떠올려 영업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외환은행과 거래하면 론스타에게 이익을 주는 게 아니냐는 단순논리가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외환은행 노조도 `이제는 매각이 필요한 때`라고 말합니다. 직원들 사이에선 향후 몇년간 더 방어적인 영업을 한다면 정말 큰 일 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집니다.
외환은행의 총자산은 약 85조원입니다. 농협을 포함하면 국내 은행중 7위에 그칩니다.
대신 외환은행은 해외의 뛰어난 지점망(네트워크)과 맨파워가 있습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맨파워는 경쟁 은행들도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HSBC 등 해외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건전한 금융자본으로서 자격이 있다면 이번 M&A를 마냥 늦춰선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수년간의 헐값매각 논란으로 오히려 매각가만 수조원 높아졌습니다.
금융감독당국과 시민단체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외환은행의 고객과 직원들의 입장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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