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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전날 퓨트로닉의 지분 과반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에서 산정된 퓨트로닉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거래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오너 측이 상당한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퓨트로닉의 기존 최대주주인 고진호 회장의 지주회사 격 법인 오트로닉은 거래 이후에도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1993년 설립된 퓨트로닉은 부산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액츄에이터 시장의 강소기업이다. 액츄에이터뿐 아니라 여기에 탑재되는 모터와 센서까지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된 기술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1755억원 가운데 99%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대, 영업이익률은 24% 수준으로 재무구조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거래의 핵심 배경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향한 양측의 공통된 청사진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체 원가에서 관절 부품인 액츄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액츄에이터의 핵심 기술은 모터·감속기·제어기를 오차 없이 정밀하게 통합하는 능력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수십 년간 이 조합을 다뤄온 퓨트로닉의 기술력이 로봇 관절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양사의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와 삼성전기 등 대기업들도 액츄에이터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며 이 부품을 인공지능(AI)·로봇 시대의 핵심 승부처로 주목하고 있다.
거래 이후에도 고진호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 경영을 직접 맡는다. 블랙스톤은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기보다 해외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공개(IPO)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는 블랙스톤이 국내에서 이어온 ‘오너 유임형’ 바이아웃 전략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블랙스톤은 2019년 의약품유통업체 지오영 경영권을 인수해 지난해 MBK파트너스에 1조94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2024년 산업용 절삭공구업체 제이제이툴스, 지난해 미용 프랜차이즈 준오헤어를 잇따라 인수했다. 인수 이후에도 기존 창업자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보장하는 방식이 공통점으로 꼽히는데, 퓨트로닉 역시 이 같은 기조를 그대로 따른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블랙스톤이 이번 거래를 통해 국내 제조 강소기업의 기술력과 글로벌 성장성이 큰 로봇 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투자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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