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관치료도 이젠 눈이 아닌 숫자로 진단, 치료한다

이순용 기자I 2023.07.21 16:54:41

치아 뿌리 속 세균 활성 상태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QLF 기술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성공적인 근관치료에 필수적인 근관 내 세균 감염 상태를 정량광형광기술(QLF)를 이용해 즉각적,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흔히 신경치료(엔도, ENDO)라고 불리는 근관치료는 치아의 뿌리 속에 있는 염증 및 괴사 부위를 제거하고 치과용 약물로 소독한 뒤, 안정된 재료로 충전하는 치료이다. 치아 내부의 신경인 치수에 염증이 생기는 가장 주된 원인은 충치로 인한 세균 감염으로, 충치가 심해져서 치아 속 신경까지 세균이 퍼지면서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는 약한 통증부터 갈수록 견디기 힘든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치수 안에 염증이 심해져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신경치료(근관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만약 근관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통증이 점차 심해지고, 주변 조직으로 염증이 퍼져서 결국에는 치아를 발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근관치료는 치수까지 염증이 퍼진 치아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치료법이다.

성공적인 근관치료를 위해서는 근관 내 세균 여부 및 활성 상태를 적절한 시기에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관치료 과정 중 적절한 물리화학적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활성 세균이 잔존하게 되면, 지속적인 감염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근관치료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술자가 근관 내 세균 감염을 정확히 탐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근관치료 과정 중 페이퍼포인트에 묻은 근관 내 삼출물의 색과 냄새를 평가하는 주관적인 평가를 통해서 근관 내 세균 감염 상태를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관능 평가법은 술자의 주관적인 판단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술자의 임상 경험에 따라서 평가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었다.

이러한 기존 평가법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김백일 교수 연구팀은 근관 내 오염 상태를 페이퍼포인트를 사용해서 세균 활성도의 형광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에서는 총 58명(남자 33명, 여자 25명, 평균나이 40.6세)의 환자로부터 근관치료 중 160개의 페이퍼포인트 샘플을 채취한 후 QLF기술을 이용하여 세균의 자가형광 반응을 평가하였다. 연구결과 근관 감염의 심도가 증가함에 따라 붉은 형광 반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그림), 붉은 형광 강도로 근관 감염 여부를 평가하는데 진단 정확도가 매우 높은 수준 (AUC = 0.81-0.95)으로 나타났다.

김백일 교수는 “세균의 자가형광반응을 평가하는 것은 근관 내 병원성 세균 전체의 총체적인 활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과 임상가가 판단하기 어려운 미약한 수준의 감염도 붉은 형광 발현여부로 세균의 존재여부를 즉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근관 감염 심도(score 0-3)에 따른 페이퍼포인트의 백색광 이미지(A-D)와 QLF로 촬영한 형광 이미지(a-d), 감염 심도가 증가할수록 붉은 형광 강도가 증가함.


이러한 세균의 자가형광 진단기술을 활용한 진단기기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사용 중으로, 아이오바이오에서 개발한 정량광형광기 큐레이 장비가 대표적이다. 큐레이 캠프로를 활용하면 치아 전체에 대한 스크리닝이 가능하고, 큐레이 펜씨를 활용하면 개발 치아에 대한 세균 내 감염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2018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평가를 받았으며, 2021년에는 정량광형광기를 이용한 치아우식증 검사시 요양급여가 적용(5세 이상 12세 이하 아동)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치의학 저널인 Journal of Dentistry에 6월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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