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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전(全)직원 직원조회를 갖고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위원회 판단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한 업무에 대해서는 성실히 소명해달라. 맨 앞에는 응당 위원장인 제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가 검찰의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지만, 검찰이 정당한 조사범위를 넘어서는 수사를 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이후 신설한 대기업집단 전문조직인 기업집단국과 사건 심결을 관리하는 심판관리관실, 조직·인사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22일부터는 공정위 직원들을 하나둘씩 소환하고 있다.
검찰이 밝힌 표면적인 조사 배경은 공정위 퇴직자들의 ‘보은성 취업특혜 의혹’과 부적절한 사건 자체종결 의혹 조사다. 검찰은 부영 등 대기업들의 주식소유현황, 계열사 현황 등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허위자료가 있는데도 봐주기를 했고, 이런 과정 속에 해당 기업의 재취업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의 조사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질 공정거래조사부가 공직자윤리법 문제를 들춰보는 데다, 대기업들의 주식소유현황, 계열사 현황 자료제출 관련 법위반은 감사원에서 따질 수 있는 문제로 공정위에 자료요청만 해는데도 굳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전속고발제 폐지 논의가 한창 중에 이뤄진 이번 압수수색에 다른 배경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정위가 갖고 있는 고유권한인 전속고발권 폐지하고 검찰이 담합 등 경성 카르텔에 대해서는 수사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공정위의 부적절한 사건처리 문제를 여론화 시키고 검찰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검찰 신뢰’ 발언은 겉으로는 검찰의 수사를 존중하지만, 속내에는 검찰의 무리한 조사라는 시선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검찰 수사에 따라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위원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직원 여러분의 정당한 임무수행에 따라 발생한 결과에 대해선 개인적 차원에서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감사담당관은 수사받는 직원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한 업무임을 명심하고, 직원들은 수사와 관련해 위원장인 저와 상의해달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공정위 신뢰 제고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갑질 개선, 재벌개혁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경제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신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촛불혁명 이후 공권력 행사에 대한 우리 국민들 눈높이 높아졌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란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라며 “취임이후 로비스트 규정 등을 시행하며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리 공정위가 구성원을 보호하고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내부혁신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어려운 길이지만 헌신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들은 우리 공정위에 기대하는 게 너무 많다. 을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주고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해 중소기업 자생력을 키우는 게 우리의 시대소명”이라며 “검찰수사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거나 서로에 대한 자조섞인 말들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가두지 말자. 우리가 해야할일에 더욱 매진하자”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발언을 마친 이후 취임식 당일과 마찬가지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악수를 하며 직원조회를 마쳤다. 좌절에 빠진 조직원을 위로하고 흔들림없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끌자는 취지에서다. 일부 직원들은 조회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 여러분 얼굴 하나하나 보면서 악수하고 우리 모두 함께라는 마음 다졌으면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우리 공정위에 요구하는 시대적 소명이 너무나 크다. 우리 모두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