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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26th SRE][WORST]AAA에 물음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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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기자I 2017.11.28 12:08:11

26회 워스트레이팅 종합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26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는 이전 회차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시장참여자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보는 워스트레이팅 1~3위를 초우량 기업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국내 일반 기업 중 단 3곳에 불과한 AAA급 마저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워스트레이팅에서는 검찰의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휘청이는 롯데그룹이 공동으로 표를 가장 많이 받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KAI의 신용등급은 ‘AA·AA-’이며 롯데쇼핑(023530)과 호텔롯데 모두 ‘AA+’를 보유한 우량등급 기업들이다.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국내 초우량 신용등급인 ‘AAA’급 보유 기업으로는 포스코에 이어 두 번째로 SRE 워스트레이팅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여주는 위상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신용등급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SRE 자문위원들은 이번 워스트레이팅이 신용평가 시장의 변화된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워스트레이팅에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제때 상환할 수 없는 한계기업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우량등급 기업들도 신용등급의 적정성을 의심할만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한 번 더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를 반영한 얘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용위험보다 단기 이슈 영향 커

26회 워스트레이팅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이 개별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SRE 설문에 참여한 158명의 시장참여자 중 42표(26.6%)를 받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가 이어지고 있고, 금융감독원의 정밀 감리도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현재 이같은 우려는 가라앉은 상태다. 회계법인이 반기보고서 검토에 적정 검토의견을 냈고, 시장에서는 분식회계가 설사 있다 해도 그 규모가 크지 않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재무구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워스트레이팅 선정에서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계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재무구조, 사업환경 등을 더 꼼꼼히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역시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같은 표(42표, 26.6%)를 받아 워스트레이팅 공동 1위가 됐다. ‘현금부자, 땅부자’ 등의 별명을 가진 롯데그룹이 워스트레이팅 1위에까지 오른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올 3월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금지를 비롯한 본격적인 사드 보복이 시작된 후부터 지속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면세점 이익이 무려 80% 줄었고, 중국에서 롯데마트는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그룹 전체 손해액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사드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아직 그대로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는 했으나 두 회사가 워스트레이팅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시장에서 신용등급전망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AAA’도 다시 보는 시장

국내에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 중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보유한 곳은 현대차와 SK텔레콤, KT 단 3곳뿐이다. AAA는 회사채나 CP의 원리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가장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에만 부여된다.

현대차는 현금성 자산만 8조원 규모에 이르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췄음에도 워스트레이팅에서 28표(17.7%)를 받아 세 번째로 표를 많이 받은 기업이 됐다.

시장참여자들이 AAA급 기업에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현대차가 중국과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 현대차의 매출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해도 현대차의 재무구조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현대차의 신용등급에 의문을 제기했다.

SRE 자문위원들은 이번 결과가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사드보복, 판매감소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분명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국내에서 AAA급이라도 신용등급이 이미 하락한 사례가 있다. 포스코는 2014년 SRE에서 그룹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못 하다는 평가를 받은 후 한기평이 처음으로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했고, 이후 1년 뒤 NICE신용평가까지 신용등급을 하향하며 AAA급을 반납한 바 있다.

재무취약 기업들..표 줄었지만 우려는 ‘여전’

최근 SRE 워스트레이팅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기업들도 표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SRE 상위권에 랭크됐다. 재무위험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003490)·한진, 두산중공업(034020), 아시아나항공(020560),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 등이다.

사드 보복 등을 겪고 있는 롯데나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대비 적은 표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한진은 26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23표(14.6%)를 받았고, 두산중공업과 아시아나항공은 나란히 18표(11.4%)를 받았다.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도 17표(10.8%)를 얻었다.

다만 대한항공·한진은 이전과는 다른 평가인 것이 눈에 띈다.

신용등급을 하향해야 한다는 표가 23표 중 12표이며, 상향해야 한다는 표도 8표가 나왔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또 ‘BBB’까지 잇따라 하향된만큼 대한항공과 한진의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이제는 충분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상향돼야 한다고 답한 시장응답자 중 대부분이 채권매니저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 SRE 자문위원은 “크레딧 애널리스트보다 채권매니저 등이 등급 상향을 원하는 것은 투자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은 SRE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중인 20일 위험요소로 손꼽히던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가 결정됐지만 시장참여자들의 우려는 여전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가 재개돼도 새로운 원전 신규 수주의 길이 막혀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시장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등급상향 요구 많아졌다

26회 SRE의 또다른 특징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이제 상향할 때가 됐다는 시장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SRE는 24회부터 워스트레이팅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등급의 적정성뿐만 아니라 적정성의 방향까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추세가 지속된 만큼 상향을 원하는 기업에 대한 요구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26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신용등급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기업은 아주캐피탈과 CJ헬로비전, 두산인프라코어, 한화케미칼 등으로 조사됐다.

대주주가 변경됐거나, 업황이 좋아졌거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기업들의 경우 신용등급 상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주캐피탈은 21표(13.3%) 가운데 15표가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에 의견을 냈다. 대주주가 아주그룹에서 사모펀드(PE)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됨에 따라 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J헬로비전(037560)은 총 15표(9.5%) 중 10표가 신용등급 상향을 원했다. 현재 CJ헬로비전은 신용평가사별로 ‘AA-’, ‘A+’의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SRE 자문위원은 “CJ헬로비전처럼 등급 불일치(스플릿)가 있을 경우 한쪽으로 신용등급이 일치돼야 한다고 보는데, 시장참여자들은 CJ헬로비전의 신용등급이 높은 쪽으로 통일돼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룹 전체의 재무부담이 큰 두산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상향 의견이 더 많았던 기업이다. 13표(8.2%) 중 10표가 상향을 택했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경우 두산중공업과 달리 그룹을 지원해야할 부담이 적고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굴삭기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SRE 첫 등장에 10표 이상..“아웃룩만으로 부족하다”

26회 SRE 워스트레이팅에 처음 후보에 올라 10표 이상을 받은 기업들도 있다. 상위권의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차 외에도 현대위아(011210)는 14표(8.9%)를 받아 14위에 올랐다.

현대위아는 현대차의 차 판매 감소 등 어려움의 타격을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14표 모두가 현재 신용등급을 하향해야 한다고 선택했을 정도다.

SK E&S 역시 첫 워스트레이팅 후보에 올라 12표(7.6%)를 받았으며 신용등급을 하향해야 한다는 것에 몰표였다. SK E&S는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며 재무부담이 확대,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신용등급전망(아웃룩)을 부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전망뿐만 아니라 신용등급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008770)성우하이텍(015750)은 각각 11표(7.0%), 10표(6.3%)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사드 영향 탓이 컸다. 호텔신라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면세점 사업이 타격을 받으며 현재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데,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며 롯데그룹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조정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성우하이텍은 현대위아처럼 현대차의 실적 부진, 자동차 판매 감소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역시 두 회사 모두 신용등급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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