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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편집부]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모래섬 임자도. 2007년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후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신안증도와 더불어 신안군의 대표적인 섬이다.
모래가 많은 사질토에서 깨가 많이 생산된다 하여 ‘임자(들깨)도’라고 명명되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가 끝나는 목포에 위치한 신안군 관광안내소에 들러 필요한 지도를 챙긴 후 임자도로 가는 관문인 신안군 지도읍으로 향했다. 지도 점암선착장에 도착한 후 철부선에 차를 싣고 20여분 지나니 모래섬 임자도가 눈앞에 보인다.
임자도가 특별한 이유는 신안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민어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특산물 중에 하나인 ‘병어’철이 끝나는 6월말부터 8월까지 제철을 맞아 기름이 맛있게 오르는 민어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었을 만큼 귀한 음식이다. 몸길이가 30cm ~ 1m, 무게 15kg에 이르는 당당한 생김새와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쫄깃한 맛에 가히 ‘명품’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중에서도 부레살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단연 최고의 부위로 정평이 나있다. 드라마 ‘식객’에서조차 민어부레 요리로 음식의 대가를 결정하는 장면이 있는 걸 보니 별미 중에 별미인가 보다. 회로 쳐서 입맛에 따라 고소한 참기름, 깔끔한 강된장과 함께 먹고 얼큰한 매운탕으로 마무리를 하니 입 안에서 남도의 바다가 펼쳐지는 듯하다. 임자도의 민어는 보통 회와 매운탕을 합쳐서 한 상에 8~10만 원 정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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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에는 민어 외에도 대파, 양파, 천일염, 병어 등 다양한 특산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새우젓이다. 임자도 북쪽에 자리 잡은 전장포는 언뜻 보기에는 작은 포구 같지만 이곳에서 전국 새우젓의 60%가 생산된다. 전장포에서 5~6월 생산되는 새우젓은 특히 맛있는 젓으로 유명하다. 현장에서는 즉석에서 담근 신선한 젓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민어, 병어 등 다른 해산물도 구입하고 싶다면 지도읍 송도위판장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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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먼 길 달려왔으니 대광해수욕장 앞에 늘어선 횟집으로 가서 넓은 백사장 위로 떨어지는 일몰을 배경삼아 민어회 한 점 취해보자. 임자도의 대표관광지 대광해수욕장은 길이가 12km나 되는 국내 최대 백사장을 자랑하는 해수욕장으로 걷는 데만도 3시간이 족히 걸린다. 넓은 모래사장을 걷는 것이 힘들다면 청년회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달려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한참을 달리다보면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의 낙조가 바다와 백사장을 붉게 물들여 장관을 연출한다. 대광해수욕장 앞에는 깨끗한 숙박시설이 많아 하룻밤 묶어가기에도 좋다. 증도에 비해 숙박시설,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고, 새롭게 들어서는 펜션도 종종 눈에 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민박촌 주변에 마련된 산책로를 걷다보면 신안군의 군화인 해당화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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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해수욕장은 국내 유일의 해변승마가 가능한 곳으로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임자 국제 해변 승마장을 개장했는데, 백사장의 모래가 말을 달리기에 적당히 단단하고 낙마할 경우 크게 다칠 위험이 없어 승마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최근 해수욕장 벼락 바위 북쪽에 펜션식 숙소와 실내마장을 갖춘 임자경마공원이 들어서면서 승마교육과 해변승마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의 주요 프로그램은 1박 2일 체험프로그램인데 세 끼 숙식을 해결하며 전문 교관으로부터 승마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직은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승마 마니아들에게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승마장으로 인기가 많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임자도에는 대광해수욕장 외에도 섬 남쪽에 어머리해수욕장과 은동해수욕장이 있다. 대광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어머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1.7km에 그 모양새가 물고기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해변 끝 쪽에는 150m 길이의 용난굴이 있는데 약 400년 전에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밀물에는 동굴이 물에 잠기니 썰물 때 찾아가야 한다. 어머리해수욕장 옆에는 ‘숨을 은(隱)’자를 쓰는 아담한 규모의 은동해수욕장이 있다. 코앞에 자그마한 옥섬을 거느린 은동해수욕장은 아늑하기 이를 데 없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해 조용한 휴가를 원하는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있다. 조선 후기, 조정의 예송논쟁에 휘말려 이곳으로 유배를 왔던 문인화가 조희룡도 그 아름다움을 예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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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미련이 남거나 또는 꽃을 특별히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내년 ‘튤립축제’ 때 이곳을 다시 찾는 것도 좋겠다. 임자면 진리선착장에서 대광해수욕장 가는 길 곳곳에 그려진 튤립 벽화와 풍차모양의 포토존, 전망대를 보고 알 수 있듯이 튤립은 임자도의 또 다른 명물이다. 대표 특산품종인 대파가격이 불안정하여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을 고민하던 중 튤립을 재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자도는 게르마늄을 함유한 사질토와 해풍, 풍부한 일조량으로 튤립 재배적지이며 그 면적만도 11ha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해마다 4월이면 튤립 축제가 열려 400만 송이의 화려한 튤립이 장관을 이루는데다, 말을 타고 튤립단지를 돌아볼 수 있는 우마차 체험이 인기가 있어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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