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도 못 갚아요”…빚 돌려막기 대환대출 2조원 육박

최정훈 기자I 2024.06.21 14:48:32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1.91조원…한 달 새 752억원 늘어
1년 전에 비해선 6000억원 증가…국민카드 최다
카드론에 저신용자 몰린 영향…카드사 연체율 관리 골머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한 서민들이 돌려막기로 활용하는 대환대출 잔액이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년 새 6000억원가량 급증하면서, 카드사의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카드사 8곳(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농협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9105억원으로, 전월(1조8353억원)보다 752억원 늘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은 커진다.

대환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카드로 4487억원이었다. 이어 △신한카드(4065억원) △현대카드(2828억원) △우리카드(2791억원) △롯데카드(1897억원) △하나카드(1438억원) △삼성카드(1220억원) △농협카드(376억원) 순이었다.

2조원에 육박한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688억원 급증했다. 일 년 전에 비해 대환대출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도 국민카드로 지난해 5월 대비 1221억원이 늘었다. 이어 △우리카드(1190억원) △롯데카드(1025억원) △하나카드(776억원) △현대카드(744억원) △신한카드(533억원) △농협카드(131억원) △삼성카드(64억원)가 뒤를 이었다.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건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져 카드론을 받은 서민의 상환 능력이 계속해서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 대환대출 잔액이 급증세를 보이는 건 저축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몰렸고, 그로 인해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다른 저신용자 대출 상품에 비해 대출 절차가 간편하고, 카드사들도 금융당국의 요청 등으로 인해 카드론 대출 문턱을 쉽게 높이지 못하면서 카드론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9개 카드사의 카드론은 지난달 말 기준 40조518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액 기록을 경신했다.

서민 입장에선 카드론을 제때 갚지 않아 연체가 발생하는 것보단 대환대출이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급한 불을 끄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난 상황에 대해 카드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늘리는 셈이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연체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이 1.94%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1.67%에서 3개월 만에 0.27%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1.45%에서 올해 1분기 1.56%로 0.11%포인트 올랐으며, 우리카드도 같은 기간 1.22%에서 1.46%로 0.24%포인트 상승했다. KB국민카드도 3개월 새 연체율이 1.03%에서 1.31%로 0.28%포인트 오르면서 5개 카드사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대환대출은 부실 대출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며 “카드사가 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환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면 연체율에 결국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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