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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날리면’ 사건, 외교부 승소…MBC “항소할 것”(종합)

황병서 기자I 2024.01.12 14:11:27

12일 서울서부지법 정정보도 청구소송 1심 판결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 美 순방 발언 논란
법원 “MBC 판결 불이행 시, 1일 100만원 비율 지급”
MBC, 판결 후 입장문 내…“종전 판례들과도 배치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 ‘발언 논란’과 관련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외교부가 승소했다. 법원은 피고인 MBC에게 정정보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MBC 측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기로 했다.

◇ 외교부 손 들어 준 법원…法 “MBC, 정정보도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관련, MBC가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의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별지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 속도로 1회 낭독하게 하고, 낭독하는 동안 위 정정보도문의 제목과 본문을 통상의 프로그램 자막과 같은 글자체 및 크기로 계속 표시하라”면서 “피고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유해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만원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 측이 청구한 정정보도문은 “본 방송은 지난 2022년 9월 2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미국 의회 및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욕설 및 비속어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 발언을 했다는 본 방송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라는 취지로 작성돼 있다.

원고 측인 외교부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않아 피해를 본 자는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기관의 장은 해당 업무에 대해 그 기관을 대표해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 관계없이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해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고 측인 MBC는 이 사건 보도는 윤 대통령이 공식 외교 석상에서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한 것에 관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원고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이 보도와 개별적 관련성이 없어 정정보도를 청구할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또 풀 기자단의 상호 확인, 국내에서의 반복적 검증을 통해 보도했다고 했다. 피고인 MBC 외에도 148개 국내 언론사가 자체적인 확인을 거쳐 피고와 같은 취지의 보도를 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MBC 판결 후 항소 의사 밝혀…“종전 판례들과 배치”

MBC로고(사진=연합뉴스)
MBC는 이날 판결 후 입장문을 내고 “종전의 판례들과 배치되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욕설 보도’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결과가 아니었다”며 “MBC 기자의 양심뿐 아니라 현장 전체 기자단의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법원의 판결은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례, ‘공권력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MBC가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떠나며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은 X 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며 불거졌다. MBC 등 언론은 ‘OOO’ 대목을 조 바이든을 지칭하는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와 MBC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서 정정보도를 위한 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외교부는 2022년 12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청구했다. MBC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동맹국 내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렸다는 이유에서다. MBC는 허위보도가 아니라며 정정보도에 나서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해당 영상의 음성 감정을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 역시 ‘감정 불가’ 취지로 의견을 제출하면서 발언의 진위를 가리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22일 변론이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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