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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이데일리가 둘러본 봉은사, 가장 큰 대웅전은 물론이고 봉은사의 모든 법당 안은 수능 시험을 보고 있을 자녀들을 생각하는 학부모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모두 눈을 감고, 스님의 기도 소리에 맞춰 합장을 하고 절을 올리고 있었다. 자녀의 사진과 이름을 쓴 종이 등을 옆에 둔 이들도 있었다. 봉은사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법당 안은 이미 찼고, 마당에서 기도를 드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능 기도는 수능 1교시 국어 영역이 시작하는 오전 8시 40분부터, 제2외국어와 한문이 마치는 오후 5시 45분까지 수험생들의 수능 시간표에 맞춰 진행된다. 시험 한 과목이 끝나는 시간에는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점심시간에는 기도를 드리는 이들도 함께 점심 공양을 한다. 수능 기도는 봉은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봉은사 곳곳에는 열심히 노력한 자녀들이 부디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 있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공양을 드리는 기왓장은 물론, 초, 메시지 보드에도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수험생들을 위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메시지 보드에는 온통 검은 글씨로 응원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초는 ‘수능 대박’, ‘학업 성취’, ‘발원 성취’, ‘합격 기원’ 등이 쓰인 채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메시지 공간엔 자녀들의 생년월일과 명문대학교의 이름 등을 써놓은 경우도 있었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건강하게 공부 마치고 원하는 꿈을 이루길’ 등 소원을 적어놓은 글귀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학부모 설모(53)씨는 “딸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아는 것은 전부 맞추고, 아쉬움 없는 결과를 받아보길 바란다”며 합장했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보는 손자를 위해 온 할머니 A(81)씨 역시 “손자가 올해는 꼭 원하는 의학대학에 합격하길 바란다”며 “오늘 새벽 7시부터 절에 왔는데 끝까지 남아 108배도 하고 기도를 드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메시지 보드에 ‘모르는 것은 찍어도 된다’고 적고 있던 중년 남성 B(56)씨는 “딸이 모르는 문제에 골머리 썩느니 아는 것 다 맞추고, 후련하게 시험을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웃었다.
한편 이날 수능에는 50만8030명이 응시했다. 현재 수험생들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개 시험장, 25개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