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카타르도 LNG 생산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에 지금 당장 유럽에 추가 수출은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앞으로 카타르는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2026년까지 가스 생산량을 약 40% 늘리기 위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유럽과 카타르의 LNG 공급 계약은 단기가 아닌 장기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 비중을 2030년까지 제로(0)로 만들겠단 유럽엔 카타르의 가스 증산분은 꼭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도 미국과 서방 진영에 있어 카타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카타르는 국민의 60%가 수니파이지만,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등 수니파 7개국과 단교 이후 시아파의 수장격인 이란과 가까워졌다. 지난 2월 이란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과 만나 핵합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 관련 논의를 한 바 있다. 미국 입장에선 이처럼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를 핵합의 중재자 역할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란과 P5+1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들은 지난해 4월부터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해왔다.
또 미국이 친러·친중 진영에 속해 있는 사우디를 견제할 수단으로도 카타르는 요긴한 측면이 있다.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미군 기지가 있다.
미국 입장에서 카타르는 중동 외교에 꼭 필요한 국가가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카타르를 주요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카타르 또한 서방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WSJ는 카타르가 경제적 목적으로 그간 유럽이란 새로운 천연가스 수출길을 열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 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중단했다.
마이클 그린왈드 전 도하 주재 미국대사관은 “앞으로 카타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생겨난 새로운 질서 속에서 미국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