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철책 월북자 생사 오리무중…北 대응 주목

김호준 기자I 2022.01.03 10:48:39

軍, 신변 보호 차원에서 2일 오전 대북통지문 발송
국방부 "현재까지 북한 답변 없어"
일각에선 ''서해 공무원 피격'' 사태 재현 우려
신변 이상 생길 경우 남북관계에도 악영향 전망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새해 첫날 강원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간 신원 미상자의 생사가 3일 현재에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위협으로 국경을 봉쇄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자칫 2020년 9월 우리 공무원이 서해를 표류하다 북한군에게 피격당해 숨진 소위 ‘서해 공무원 피격 사태’가 재현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통해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월북한 가운데 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어제 오후 9시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다”며 “DMZ 작전 중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께 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아직 북한은 지난 1일 강원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월북한 신원 미상 인원에 대한 별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대북통지문을 발송했고, 현재까지 북한의 답변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1일 오후 월북자 신병 확보에 실패하자 2일 오전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이번 월북자에 대해 비인도적 조처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참은 월북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간 당시 북한 지역에서 신원 미상 인원 4명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북측에서) 총성 같은 것이 포착됐느냐’는 질의에 “이번 상황과 관련해 북한군 특이사항은 없다”고 했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부터 국경을 틀어막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당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에 1~2㎞의 새로운 ‘버퍼존’(완충지대)을 설치했다”며 “이 지역에 북한 특수작전부대(SOF)가 배치됐으며, 국경을 넘는 이들에 대한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국경봉쇄 방침에 실제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0년 9월 연평도 인근 해상 무궁화 10호에서 당직근무를 서던 공무원 이모씨는 실종된 하루 뒤 북한군의 총격에 숨졌다. 당시 북한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통일전선부 명의로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이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전인 같은 해 7월에도 탈북민 김모씨가 개성으로 헤엄쳐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은 개성시를 봉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월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군 간부들을 처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도 북한은 비상방역사업을 국가 ‘최중대사’로 지적하며 방역을 지속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번 월북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측이 대북통지문을 보낸 만큼 북한은 관련 수색 및 조사를 할 것”이라며 “비상방역사업과 남북관계, 인도주의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현재 남북관계가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사실 확인에 대해 침묵할 가능성이 높으나, 만약 우리 내부에서 월북자 신원이 공개될 경우 신병 문제에 대한 반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월북자 신원도 미상이고 체포 여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단하기보다 인도주의와 남북관계 안정적 관리 등을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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