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임 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약품 고문이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전격 나서면서 후계구도는 송 신임회장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업계에서는 임 전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업계의 예상과 달리 한미약품이 송 신임회장을 추대한 것은 임 전 회장이 생전에 밝힌 의중을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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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송 신임회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직은 물론 회사 지분도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임 전회장의 뒤를 이은 후계자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작고한 임 전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를 남겼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과 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면 한미약품그룹 전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배우자와 자녀에게 적용되는 1.5대 1이라는 법적 상속율을 감안하면 송 신임회장은 임 전회장의 지분 11.42%를,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은 7.62%씩을 각각 물려받게 된다.
이 비율대로 지분을 상속받으면 송 신임회장은 기존 한미사이언스 보유지분(1.26%)을 더해 모두 12.68%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어 임 대표가 11.27%로 뒤를 잇고 장녀 임 부사장 11.17%, 차남 임 부사장 10.76% 순이다. 이런 가족간 지분구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1년 가량 투병하면서 임 전 회장은 자신이 세상을 먼저 떠나더라도 송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구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지분 포석을 둔 결과”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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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안팎에서는 올해 72세인 송 신임회장의 경영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경영목표를 지향해온 임 전 회장의 유지를 올곧게 이어가려면 송 신임회장이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신임회장도 지난 10일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임성기 전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중단 없이 계속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해외 파트너들과의 지속적 관계 증진 등을 통해 제약강국을 이루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남긴 것으로 예상되는 유언장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유언장에 장남인 임종윤 대표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임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는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임 전 회장이 생전에 임 대표를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수장직을 맡긴 것 자체가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 전회장이 설사 유언장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임 전 회장은 병투병을 하는 동안 수시로 가족 및 전문 경영인들에게 후계 및 경영 구도에 대해 의견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평소 임 전 회장이 생전에 밝힌 후계 구도 등을 포함한 주요 경영현안에 대한 의사와 유언장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는 당분간 송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장남인 임 대표, 장녀 임 부사장, 차남 임 부사장, 전문경영자인 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된 집단경영체제가 한미약품(128940)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난 후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세 자녀 가운데 누가 맡을지는 결국 송 신임회장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남인 임 대표가 지금으로서는 세 자녀 가운데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가장 많고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있어 후계 구도에서는 다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 대표는 송 신임회장의 신임을 얻어 후계자로 최종 낙점을 받기위해서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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