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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민갑룡 청장 "내년을 경찰개혁 성과 창출의 해로 만들자"

김성훈 기자I 2018.12.31 14:10:03

"개혁의 씨앗이 열매를 맺어 실질적 보탬 되어야"
시민 참여 확대해 치안행정 합리·타당성 높일 것
수사구조개혁 결실로 국민께 확실한 믿음 드릴 것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경찰과 함께한 방송 영화 제작진 간담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자들을 향해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앞두고 “내년을 ‘경찰개혁 성과창출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 청장은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그동안 우리 경찰은 전 분야에 걸쳐 그릇된 관행과 제도,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변화와 개혁의 길을 달려왔다”며 “이제는 개혁의 씨앗이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어 국민생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게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 청장은 “헌법적 가치와 인권(人權)을 위해 경찰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기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담아내야 한다”며 “경찰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실질화하고 정책 결정에 있어 시민 참여를 확대해 치안행정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구조개혁은 핵심 현안이자 우리나라가 선진 형사사법체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경찰이 제대로 된 권한과 책임을 갖춘 수사의 주체로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를 소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사구조개혁이 조속히 입법적 결실을 보도록 수사과정상 인권보호 장치를 정밀하게 설계하고 전문성과 공정성을 상향평준화하여 국민들께 확실한 믿음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 청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경찰 가족 여러분!

기해년(己亥年)의 힘찬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뜻깊은 새해를 맞아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

2019년의 상징인 황금 돼지는 재물과 복(福)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올 한 해 우리 경찰과 국민 모두에게 풍요와 행운이 넘쳐나기를 소망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 우리 경찰은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 된 마음과 뜨거운 열정으로 국민과 현장 중심의 경찰활동에 땀 흘렸습니다. 녹록지 않은 안팎의 여건 속에서도,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은 ‘안전 금메달은 대한민국’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역대 가장 안전한 대회 중 하나로 이름을 새겼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민생보호에도 뜻을 모았습니다. 여성 안전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발 빠르게 응답하여 불법촬영, 웹하드 카르텔과 같은 인격파괴 범죄를 뿌리 뽑았고 정부기관 최초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가운데 집회참가자와 소통하는 대화 경찰제를 도입하는 등 인권경찰로 향하는 발걸음을 성큼 내디뎠습니다.

멋진 경찰관을 꿈꾸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또한 6년 연속 ‘치안 분야가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답할 정도로 칭찬을 받았습니다.

일백년 세월 동안 잊혔던 경찰의 뿌리를 찾아내어 임시정부 경찰의 전통을 새로이 일깨웠고 24시간 법률 상담창구인 ‘현장법률 365’를 개소하는 한편 손실보상의 범위를 ‘생명·신체’까지 확대하는 등동료들의 자긍심에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안전도는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였고 범죄 발생건수와 교통사고 사망자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 모두는 밤낮없이 땀 흘린 여러분 덕분입니다. 너무나 고생 많았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그간의 노고에 뜨거운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존경하는 경찰 가족 여러분!

다가올 기해년은 우리 경찰에게 또 한 번의 노력과 더 큰 신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인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더 힘차게 도전하고, 더 높게 도약해야 합니다. 급속한 사회 변화의 여파로 구석구석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나타나고 있고 계층과 이념, 젠더와 세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갈등과 마찰도 진폭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국민청원 열기에서 보듯 안전과 정의는 우리 이웃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경찰이 방심(放心)하는 그 순간이 국민의 불안(不安)이 시작되는 때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정책의 깊이를 더해야 민생을 충실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신발끈을 조여 매야겠습니다.

전국의 경찰 동료 여러분!

‘제복 입은 시민’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정신은 올해도 이어져야 합니다. 경찰은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흔들림 없이, 망설임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시민의 눈과 마음으로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습니다.

더구나 2019년은 임시정부 수립 백 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엄혹했던 그 시절, 선배들이 다져놓은 숭고한 얼을 계승하여 ‘시민으로서의 경찰’이라는 정체성을 굳건히 다져야만 합니다. 공동체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경찰활동이 우리의 실천적 좌표가 될 것입니다.

경찰은 더이상 112신고와 범죄만을 매개로 시민과 만나는 존재여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와의 소통 폭을 한껏 넓히고 사회적 약자와 어려운 이웃을 포용하는 주민의 동반자로 거듭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치안자원과 역량을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모아야 합니다.

각자의 책임과 위치에 따라 역할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찰이 짊어진 첫 번째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여전히 범죄는 우리 사회의 가장 위협적인 불안요인이고 절반 가까운 여성들이 밤거리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찰이 있기에 든든하다’는 믿음을 확실히 심어드릴 수 있도록 전략적이고 근원적인 대책이 절실합니다.

우선, 공동체의 협력을 한층 더 이끌어내야 합니다. 단 한 사람의 주민도 위험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안전망을 견고히 다져야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따뜻하고 실효적인 보호시스템도 완비해야 합니다.

치안 사각지대는 이웃 간 무관심과 사회구조적 결함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생겨납니다. 그동안 축적한 수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성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악성 범죄를 뿌리 뽑고 끊이지 않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불안은 보이지 않는 고통이요 상처입니다. 이제, ‘회복적 경찰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피해자를 치유하고 공동체 관계망을 활력 있게 복원시킬 때 문제를 온전히 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절도, 폭력, 금융사기를 비롯한 서민생활 침해범죄를 엄단하고 범사회적 협업을 통해 주취·정신질환 범죄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여 생활 주변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안전과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교통문화와 제도를 발전적으로 개선하고 ‘도로 위 살인행위’인 음주운전을 근절하는 한편 재난사고와 같은 위기상황 대응절차를 표준·내재화하여 소중한 생명이 허망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게 할 것입니다. 공감 받는 법집행을 바탕으로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어 나갑시다.

법과 원칙에 따라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는다는 믿음이야 말로 사회를 활기차고 건강하게 만드는 발판입니다. 국민에게 분노와 절망감을 안겨주는 갑질, 채용비리, 안전부패 등 생활 속 적폐·부조리를 강력히 청산하고 일상생활을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는 성매매·마약·도박 등 유해환경요소도 추방해 나갑시다.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경찰권을 발동하고 주요 시설과 인사에 대한 테러 위해를 완벽히 차단함으로써 법질서를 수호하는 듬직한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합니다.

지난해 첫발을 내 딛은 대화경찰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선진 집회시위 문화가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인터폴 한국인 총재 당선을 계기로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와 국외 도피사범에 대한 국제 협력망을 강화하고 ‘치안한류’도 활성화하여 글로벌 한국경찰의 위상도 높여야겠습니다.

일하는 원칙에 있어서는 ‘절차적 정의’를 더욱 내면화해야 합니다. 경찰이 시민에게 예의를 갖추어 경찰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행사할 때 시민 역시 법질서를 존중하고 사회는 더욱 정의로워질 것입니다.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긍심과 책임감은 경찰조직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입니다. 현장에 한층 강한 활력을 불어넣어 역동적인 경찰을 만들겠습니다. 국민을 책임지겠다는 마음과 능동적인 자세는 경찰관 스스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때 생겨납니다.

책임에 상응하는 수준의 여건과 처우가 그 바탕이 될 것입니다. 공안직 수준의 보수·수당 현실화, 역할의 중요도에 걸맞은 직급조정을 추진하고 일과 생활이 균형 있게 조화되도록 직장문화를 혁신하겠습니다.

숭고한 헌신의 상징답게 순직·공상 경찰관이 명예롭고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현장경찰관이 ‘거리의 판사’로서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고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법령·제도·장비도 개선하겠습니다.

인사·감찰제도를 공감 받는 수준으로 꾸준히 개혁하면서 성별이나 계급으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인 문화, 소통과 배려의 직장풍토를 조성하겠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하는 방식으로서 ‘스마트 치안’에도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과학적 진단과 종합적 분석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뛰어넘는 연결·조정·협력(3C)을 더욱 체질화하여 치안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겠습니다.

빅데이터, 드론,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융합하여 접목시켜 미래형 치안을 가속화하고 정책개발, 상황관리, 문제 해결 전반에 걸쳐 전문성과 경쟁력, 민첩성을 갖추는 일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2019년을 ‘경찰개혁 성과창출의 해’로 만듭시다.

그동안 우리 경찰은 전 분야에 걸쳐 그릇된 관행과 제도,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변화와 개혁의 길을 달려왔습니다. 각계의 전문가들로 경찰개혁위원회를 운영하여 시민의 시각에서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방향성과 기틀을 정립하였습니다.

전례 없는 자기혁신에 매진한 결과, 경찰청은 가장 모범적인 개혁을 추진한 정부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제는 개혁의 씨앗이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어 국민생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헌법적 가치와 인권(人權)은 경찰권 발동의 토대로서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합니다. 제도와 정책은 물론, 경찰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기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담아내야 합니다.

민주적 통제와 견제 장치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경찰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실질화하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시민 참여를 확대하여 치안행정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높여야겠습니다.

수사구조개혁은 ‘국민적 열망’과 ‘추진의 당위성’이 결부된 핵심 현안이자, 우리나라가 선진 형사사법체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경찰이 제대로 된 권한과 책임을 갖춘 수사의 주체로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지속 가능한 개혁은 법과 제도로서 자리 잡을 때 앞당겨집니다.

수사구조개혁이 조속히 입법적 결실을 맺도록 국민 여러분, 동료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수사과정상 인권보호 장치를 정밀하게 설계하고, 전문성과 공정성을 상향평준화하여 국민들께 확실한 믿음을 드려야겠습니다.

지방분권화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자치경찰제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청입니다. 지금의 안정된 치안 위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협력·상생하여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촘촘히 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올해를 ‘풀뿌리 치안’의 원년(元年)으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시범운영 준비에 차질 없이 나서야겠습니다. 아울러, 경찰대학 개혁과 정보·보안경찰 개혁도 국민의 관점에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안전이 일상인 세상, 정의가 상식인 사회, 활력이 충만한 경찰!

기해년 새해, 가야 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훨씬 더한 역경도 훌륭히 극복해 왔습니다. 숱한 세월을 헤쳐 오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지혜와 역량, 고난 앞에 힘을 모은 결속력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면 태산도 옮긴다’고 합니다. 15만 경찰 모두가 하나된 마음과 뜻으로 불법과 위험을 일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쌓아 선진 일류 수준의 안전과 질서를 갖춘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고마운 동료 여러분!

얼마 전 실시한 조사 결과 경찰관을 접한 시민 10명 중 7명은 경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출발선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 주변의 경찰관을 마주하며 경찰조직을 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이자 정부이며, 경찰 자체입니다. 거리에 선 경찰관의 따뜻한 정성이 차가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공동체에 온기를 불어넣고 경찰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가족과 동료를 대하듯 진정성 있게, 공감할 수 있는 경찰활동을 펼쳐 나갑시다. 경찰관의 진심에 감동 받은 국민이 기꺼이 존경과 믿음의 손을 내밀어 줄 때 경찰의 밝은 미래와 우리의 간절한 숙원 성취 또한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추운 겨울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동료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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