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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 동안에만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주식)(A)’, ‘KB밸류포커스자(주식)클래스A’, ‘메리츠코리아1[주식]종류A’, ‘한국밸류10년투자1(주식)(C)’ 등 운용사 간판펀드 4개로부터 빠져나온 환매금액은 총 191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각 운용사 대표 간판펀드로 이름을 날렸던 펀드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나 KB밸류포커스, 메리츠코리아 펀드 모두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단 한번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밸류10년투자가 지난 9월 99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첫 자금 유입에 성공, 분위기 반전을 꿈꿨지만 이후 10월 286억원, 11월 425억원이 순유출되면서 오히려 환매 규모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대형 펀드 중에는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C형’과 ‘교보악사파워인덱스 1(주식-파생)ClassA’ 두 개 펀드만이 지난달 자금 순유입을 기록하면서 간신히 체면치레 했다. 신영밸류고배당의 경우 204억원, 교보악사파워인덱스는 77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신영밸류고배당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689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6월부터 6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간판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공룡펀드 역시 사라지고 있다.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주식형펀드 중 몸집이 1조원을 넘는 공룡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2조4570억원)이 유일하다. 메리츠코리아는 9677억원, 교보악사파워인덱스는 9054억원, KB밸류포커스는 9046억원, 신영마라톤(주식)A는 7816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는 7678억원까지 몸집이 쪼그라들었다.
간판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있던 코스피가 올해 박스권 탈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몇년간 묵혀둔 자금을 수익 실현을 위해 회수하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간판펀드들의 1년 수익률만 봐도 신영밸류고배당 21.94%, 메리츠코리아 18.81%, 교보악사파워인덱스 30.08%, KB밸류포커스가 12.01%다. 문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서 수익률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펀드 환매 요청을 하면 펀드매니저는 이 자금 마련을 위해 펀드 보유 종목 중 일부를 팔아야한다. 주로 우량한 종목을 위주로 팔게되는데 이는 결국 펀드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익률 악화는 신규 자금 유입에 걸림돌이 된다. 가뜩이나 간판펀드들은 최근 중소형주 강세장이 이어지고 삼성전자(005930)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기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신영밸류고배당의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0.47%, 교보악사파워인덱스는 -2.51%, 신영마라톤은 -4.89%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메리츠코리아(1.61%)와 KB밸류포커스(1.35%)가 플러스 수익을 내며 선방 중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익 실현을 위해 환매하는 자금은 막을 방법이 없어 현재는 환매 폭풍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신규 자금을 끌어모을만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