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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61년 만에 역사 속으로…"보존 조치할 것"

최은영 기자I 2015.05.26 13:50:45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사명 소실
"상징성 고려해 추후 재사용 방안 논의"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제일모직(028260)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000830)과의 합병으로 60여 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합작회사의 사명은 그룹의 정체성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삼성물산’으로 정해졌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제일제당과 더불어 지금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근간으로 통한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54년 9월 설립한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가 모태다. 이후 1960년대까지는 원사와 모직물 생산을 주로 해오다가 1970년대 의류업에 진출했다. 1975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이듬해 2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0년대까지는 의류 수출에 힘쓰다가 1990년대 화학소재, 전자소재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룹 차원의 구조 개편과 맞물려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7월 삼성SDI로 흡수 합병되면서 법인이 소멸했다가 이후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에는 기업 상장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7년 사망 전까지 제일모직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지 않을 정도로 회사에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도 제일모직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사업부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사장이 이끌고 있다.

주요 사업영역은 패션 부문과 삼성에버랜드에서 사명이 변경된 에버랜드 리조트부문, 건설부문이 있다. 특히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은 대한민국 의류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 브랜드로는 ‘갤럭시’ ‘빈폴’ ‘에잇세컨즈’ ‘구호’ ‘로가디스’ 등이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패션 부문의 해외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대표 브랜드인 빈폴을 현지에 선보이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써왔지만 기대 이상의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해왔다. 글로벌 운영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의 건설·상사 부문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6년에는 제조·유통 일괄형(SPA) 의류 브랜드 ‘에엣세컨즈(8Seconds)’를 중국에 론칭한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은 소멸 되지만 보존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 삼성의 대표 브랜드로 재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일모직은 6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이라면서 “창업주의 설립 정신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커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합병`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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