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 직원들에 대한 전원 귀환이라는 ‘중대 조치’를 내리면서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은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해 실무회담을 제의하는 등 대화 노력을 계속했음에도 불구,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정부도 전원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일 통일부가 제안한 실무회담에 대해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혀오자 정부도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은 박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내려졌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을 정상화 하는 것이겠지만 무작정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건지,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과 관련해 정상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정식으로 대화 제의까지도 했는데 이것마저도 거부를 했다”면서 “입주 업체들이나 국민들, 가족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8개국 주한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둘라트 바키셰프 카자흐스탄 대사로부터 자국의 핵포기 이후 발전상에 대한 얘기를 듣고선 “북한도 카자흐스탄의 (핵포기) 경험을 귀감으로 삼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됨으로써 주민의 생활수준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당초 통일부의 중대 조치는 ‘철수 권고’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철수 여부를 민간 자율에 맡김으로써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겨둘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 바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 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권고’라는 표현은 없었다.
앞서 통일부는 전일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하면서 “북한이 우리 측이 제의하는 당국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우리로선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북한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를 우롱하는 최후통첩식 성명”이라고 비난하면서 “남조선 괴뢰패당이 계속 사태의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조선 괴뢰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우리가 먼저 단호한 중대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는 제목의 이 담화는 우리 정부가 회담의 수용시한으로 정한 이날 정오에서 두 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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