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후퇴하는 글로벌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일 유럽 중앙은행은 3년 미만의 국채를 무제한 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유럽 중앙은행 총재 드라기의 발언이 현실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중국 정부도 총 1조 위안(약 180조원) 상당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과 미국 증시가 2~3% 급등했고, 아시아 증시도 모처럼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 중앙은행과 중국 정부가, 실물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이번 국제적 공조는, 급락하는 유로존의 유동성 위기를 크게 완화시켰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진정시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먼저 유로존을 보자. 이번 정책의 실행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으로 발행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 차입비용이 내려가는 동시에, 국채 투자로 야기됐던 은행 부실도 상당분 떨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유로존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국가 재정부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선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내년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유럽 중앙은행의 채권매수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 개혁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금리가 하락한다해도 경제가 단기간에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럽 경제가 스스로 성장의 활력을 되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쉽게 낙관할 수 없다. 결국 이번 대책으로 유로존이 시간벌기에 성공 했을 뿐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어떠한가? 이번 경기 부양책은 부진한 경제 지표들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 확산을 방지하고 경제 회복의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조치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지준율인하, 금리인하 등과 맞물려 서서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다만, 부양책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 경기에 대한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11월에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지나친 고정자산 투자의 후유증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속내는 안정적인 경기 관리를 통해 물가와 부동산 거품을 잠재우며, 점진적 긴축 완화를 통하여 경제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새로운 지도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부양책이 조금씩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 경제 운용을 최우선 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며 경기의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
무제한 채권매입이나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이미 진행 중인 경기의 하강이나 국가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조치들은 금융시장에 버팀목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에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주요국들의 정책적 공조가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중국 정부의 대응 수단이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2008년처럼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신용 경색과 같은 위험 요인이 상당기간 수면 아래로 내려와 있다면 실적이 좋고 사업구조가 탄탄한 기업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하반기를 겨냥한 배당투자도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