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았다. 애플과의 특허 싸움에서 연이어 패소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이 삼성전자의 통신표준 특허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하면서 벼랑끝으로 몰렸다.
삼성이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를 쓸 수 없게 된다면 그 동안 각국에 제기했던 본안소송은 무력화된다. 표준특허를 내세워 애플에게 소송을 건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제 발등을 찍게 된 것이다.
무기를 잃은 삼성이 애플과의 특허싸움을 더 이상 못 버티고,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독일 뒤셀도르프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005930)가 제기한 갤럭시탭 10.1의 독일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심을 기각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 들어 애플과의 5차례 법정 다툼에서 4패를 기록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이긴 소송은 네덜란드 법원에서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 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유일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같은 날 유럽연합(EU)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독점 관련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U 집행위는 "표준 특허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FRANDㆍ프랜드)` 원칙에 의해 적절한 로열티를 받고 누구에게나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삼성전자가 표준 특허권의 권한을 남용했는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아직 EU의 집행위의 최종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조사를 착수했다는 것 자체가 삼성에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만약 삼성의 표준 특허가 무력화된다면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은 사실상 애플의 승리다. 통신관련 표준특허 외에 현재 삼성이 애플에 타격을 줄 만한 반격 카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 안팎에선 잔뜩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미 독일 만하임법원에서의 두 차례에 걸친 본안소송 패소 후 자신감도 떨어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실 두번째 본안소송은 우리의 승리라는 확신이 섰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며 "예상치 못한 결과라서 충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이 애플과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 소송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표준 특허`라는 히든카드를 잃은 삼성이 애플에 맞서 소송을 끌고 나가기엔 버겁기 때문이다. 최대 고객인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고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편, 두 회사는 오는 9일(뒤셀도르프법원)과 17일(만하임법원), 두 차례에 걸쳐 다시 독일 법정에서 맞붙는다. 다음달 2일에는 만하임법원이 세 번째 본안소송 판결을 내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월2일로 예정된 3차 본안소송에서는 애플의 특허 침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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