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정희 정영효기자] SC제일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인가받음에 따라 첫번째 외국계 금융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7일 SC제일은행의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설립)`을 인가했다. 2007년 8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외국 금융사의 국내 금융지주회사 지배가 허용된 이후 첫번째 사례다.
SC제일은행은 오는 6월말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SC금융지주를 설립할 예정이다. 납입자본금은 1조2000억 여원으로 알려졌다.
SC금융지주는 SC제일은행과 SC상호저축은행, SC캐피탈 등 3개 자회사와 SC증권, SC제일펀드서비스 등 2개 손자회사로 구성된다. SC제일은행 측은 설립 초기 은행에 소속되는 SC증권과 SC제일펀드서비스 2개의 손자회사도 3분기 중 자회사로 승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 자회사를 추가로 설립 또는 인수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SC제일은행 측은 "금융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신설 보험사의 설립에 부정적인 현 시점에서는 SC금융지주의 보험자회사는 인수 방식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SC제일은행은 금호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SC금융지주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기존 SC제일은행의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과 팀 밀러 의장이 다음달 1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겸임할 예정이다. 지주인력은 전략, 재무, 홍보 등 11개 팀 50여명으로 시작해 2010년까지 15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별도의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C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비상장사이고, SC그룹에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이 상장사라면 기존 주주들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은행 주식과 지분 주식을 일정 비율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소요된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특례법의 적용을 받아 세금 부담도 거의 없다. 지주사와 자회사의 주식을 교환할 때 양도차익에 물리는 세금이 이연되고, 주식교환에 따른 증권거래세 0.5%도 면제된다. 자본금의 0.012%인 등록세와 과점주주에 대한 취득세(대주주인 SC그룹이 SC금융지주 주식을 얻는데 대한 세금)도 면제다.
유일하게 비용이 들어갈 부분은 보험자회사를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인수대금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말 리처드 메딩스 SC그룹 재무이사는 "본사의 지원이나 추가 자본확충 없이 금융지주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C제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법무본부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은행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씨티캐피탈 등 자회사 3개와 한국씨티은행 계열의 씨티크레딧서비스신용정보 손자회사로 구성되게 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감독당국에 소매증권사 신설을 신청했으나 승인을 얻지 못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소매증권사 신설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 없다"며 "지주사 전환 또한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지 않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