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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오합지졸이었던 후티 반군에 당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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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I 2026.10.16 07: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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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예멘 대통령궁 공격…사우디 방공망 취약성 노출
이란 기술·중국산 부품 지원 받아 미사일 자체 생산
AI 활용 미사일 개발·장기간 무력 충돌서 실전 경험 쌓아
이란 전쟁에 사우디 요격 미사일 감소…넓은 영토도 약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친(親) 이란 무장 단체 예맨 후티 반군이 15일(현지시간) 예멘 정부 임시 수도 아덴의 대통령궁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최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과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 본사까지 잇달아 타격한 후티 반군이 공격 범위를 넓히면서 사우디의 방공망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후티 반군이 중동의 군사 강국인 사우디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란의 장기간에 걸친 기술 지원과 사우디의 방공 역량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예멘 친정부군인 남부 자이언츠 여단이 공개한 영상에서 한 전투원이 타이즈주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 후티 반군과 교전하며 무장 픽업트럭에 장착된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다(사진=AFP)
6일(현지시간) 예멘 친정부군인 남부 자이언츠 여단이 공개한 영상에서 한 전투원이 타이즈주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 후티 반군과 교전하며 무장 픽업트럭에 장착된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다(사진=AF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알 마아시크 궁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예멘 정보부는 총리와 각료 등이 무사하다고 밝혔다. 다만 경비원과 직원 등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아덴의 사우디 군사 작전 사령부를 폭격한 것”이라며 “사우디 지원군이 어디에 있든 표적으로 삼을 것”라고 밝혔다.

예멘 북서부를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은 최근 일주일 사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과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 본사를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의 안보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춰 국제 투자 허브로 도약하려는 사우디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군사 및 중동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 이란의 장기간에 걸친 기술 지원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사우디의 요격 미사일 부족을 꼽았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레바논 헤즈볼라는 지난 10여 년간 후티 반군에 무기와 자금, 군사훈련, 미사일 운용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후티 반군은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자체 조립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란이 무기 공급이 차단되는 상황에 대비해 후티 반군에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부품을 조립해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제작하는 기술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유엔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해 후티 반군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보학 선임강사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이란은 후티 반군에 단순히 무기를 공급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군수산업 역량을 구축하도록 도왔다”며 “이란의 직접적인 무기 공급망이 차단되더라도 이러한 역량을 해체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이 이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기 부품 조달처를 다변화한 점도 공격 역량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무기 추적·분석기관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최근 보고서에서 후티 반군이 중국에서 운송된 부품을 활용해 첨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제작하려 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무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은 지난달 예멘 북부의 위협 행위자 집단이 자사의 AI 서비스 클로드를 이용해 유도 로켓과 사거리 2000㎞ 이상의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하는 미사일 변형 모델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장기간의 무력 충돌을 통해 실전 경험을 축적한 점도 주요 요인이다. 후티 반군은 2014년부터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 내전을 벌이다 2022년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이후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고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작전 경험을 쌓았다.

반면 사우디의 방공 역량은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약화된 상황이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 등 동맹국 및 역내 군사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대량의 요격 미사일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역내 요격 미사일 재고가 감소하면서 사우디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공격에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의 광대한 영토와 상대적으로 미흡한 통합방공망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의 중동 전문가 파르잔 사베트는 “사우디는 군사기술의 정교함과 통합방공망 구축 수준에서 아직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에 미치지 못한다”며 “사우디의 넓은 국토를 방어하는 일이 이스라엘이나 개별 미군기지를 방어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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