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공정위는 신년 주요 업무계획 보고에서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총수 지정 논란은 꾸준했다.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총수 의무를 부여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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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따르면 동일인이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오씨아이(미국 국적만 보유) 1개로 나타났다. 그 외 배우자가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동일인 2세가 외국국적 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31명)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동일인 판단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1년부터 실무적으로 운영해 온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하고 동일인 판단의 구체적 기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 등장과 외국국적(이중국적 포함)의 동일인 2세 등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동일인 이슈가 부각된 것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 때문이다.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 의장은 미국 국적 보유자다. 이 외에도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롯데 3세), 정몽규 HDC그룹 회장 아내 줄리앤 김(김나영) 등이 외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인 지정의 핵심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는 것이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그의 배우자와 친족들과의 거래가 모두 공시대상으로 묶인다. 아울러 외국 국적을 보유한 총수 2·3세가 향후 경영에 나설 가능성을 고려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국계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은 외교·통상마찰 우려가 커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외국인 동일인 지정에 대한 의지가 크지만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한 위원장은 “작년 말부터 산업부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는데 산업부는 여전히 통상마찰 우려가 해소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라며 “공정위는 통상마찰을 최소화할 방안을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다만 쿠팡의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입장을 내 비쳤다.
한 위원장은 “쿠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국내에 그의 개인회사나 친족회사가 없기 때문에 동일인 지정에 따른 규제효과가 크지 않다”며 “또한 별도의 기준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주가 하락 등의 이유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 청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