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3.7원) 대비 5.7원 하락한 1388.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5.3원 오른 1399.0원에 출발했다.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 1422.0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3일 연속 연고점 경신한 것이다. 그러나 장 시작부터 외환당국의 강한 실개입에 곧바로 상승폭을 2~3원 수준으로 낮춘 뒤 좁은 움직임을 오후까지 이어갔다.
오후 3시 이후 나온 청와대의 ‘통화스와프’ 논의 시사 발언은 환율 흐름을 단숨에 하락세로 전환시키며 1380원대로 끌어 내렸다.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으로 전날까지 이틀 연속 급등해 1400원 목전까지 간 흐름을 멈춰 세웠다. 지난 5월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지만 논의 시사 발언만으로도 영향력이 컸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성에 대해 “5월 한미 정상 회담에서 외환시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한 뒤 재무장관 회의도 있었다”며 “(양국 간)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달러인덱스가 109선에서 꾸준히 상승하며 달러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원화가 강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 이날 오전 2시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18포인트 오른 109.92를 기록하며 110선을 향해 오르는 중이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같은 시간 3.916%까지 치솟아 4%대를 바라보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 발언이 별 내용이 없어 진척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역외 롱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분명 투자심리 잠시 주춤하게 만들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1400원이 뚫리지 않게 최대한 막겠단 의지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최상목 경제수석의 브리핑 발언에 이어 기획재정부는 외환수급의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 주초 주요 수출입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상단 전망이 4% 중반까지 열린 상황에서 미국 달러 강세, 아시아 통화 약세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실제로 통화스와프 체결에 구체적인 진척이 없다면 속도 조절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1400원선 상승 자체를 막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단 예상도 나온다.
국내증시의 위험회피 심리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이날도 1% 안팎 낙폭을 기록하며 3거래일째 내렸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470억원 가량 순매도하면서 전일 대비 0.79% 하락, 지난 8일 이후 또 다시 2380선으로 내렸다. 코스닥 지수 역시 외국인이 920억원 순매도 한 영향 등에 1.45% 내리며 770선으로 주저 앉았다.
한편,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77억7100만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