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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재건축 벽에.. 규제 덜한 리모델링 시장 '후끈'

김기덕 기자I 2018.06.27 10:49:52

재건축 시장 규제로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장 공개
남산타운·문정시영 등 사업 기대감에 수억 올라
"일반분양가 낮고, 사업 표류되면 거품 꺼질수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 반사효과로 리모델링 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한 용산구 동부이촌동 전경.(사진=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주택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존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개개발 방식보다는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 재건을 택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 속에 짧은 사업기간 및 수직증축 허용을 통한 사업성 확보,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규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각종 규제로 매매 거래가 막히고, 시세가 뚝 떨어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는 정반대로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는 주요 단지들의 몸값이 올 들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씩 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2014년 수직증축이 허용된 이후에도 아직 첫 삽을 뜬 곳이 없어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은데다 내력벽 철거 허용 등 해결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무리한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형 리모델링 예비사업장, 투자 몰리며 시세 껑충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외부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서울형 리모델링 자문단 회의를 통해 최종 시범 단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초 1차 심사 문턱을 넘은 11곳의 아파트 단지 중 조합설립, 기본계획수립 비용 등을 최종 지원받는 단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회의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중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성을 고려해 맞춤형이나 증죽형 두 가지로 분류해 리모델링 사업 지원을 받는 단지를 최소 5곳 이상 선정할 것”이라며 “커뮤니티시설의 지역사회 개방 등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목적인데 발표와 동시에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정비사업 절차(서울시 제공)
이 사업은 지은 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주택·연립주택)을 대상으로 어린이집과 경로당 등 커뮤니티 시설이나 주차장 일부 등을 확충하거나, 수직증축에 따른 일반분양 수익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중구 남산타운·회현별장, 구로구 신도림 우성 1·2·3차, 송파구 문정 시영·문정 건영아파트 등 11곳을 1차로 선별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이 가는 곳은 남산타운 아파트다. 이 단지는 3000가구(임대아파트 7개동 제외)가 넘는 대단지에다 기존 18층을 21층으로 증축하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신당동 S공인 관계자는 “최근 보유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수 문의가 잠잠해지긴 했지만,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올해 초보다 최소 2억원 가량 오른 8억5000만원, 조망이 좋은 6·7·8동은 최고 9억5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며 “구릉지인 남산 자락에 들어서 재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낡은 아파트를 새로 바꾸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파트 가구 수가 1316가구에 달하는 문정 시영아파트는 전용 35㎡형 시세가 4억3000만원으로 올 들어 5000만원 가량 올랐다.

◇건설사 뛰어들지만 사업성 ‘의문’… “투자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이처럼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이유는 사업 가능연한이 15년으로 재건축(30년)보다 절반 가량 짧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사업 진행 절차도 조합 설립→ 안전진단→ 건축·도시계획심의→ 사업계획(행위허가) 승인→ 이주·착공→ 입주 등으로 상대적으로 간소한 편이다. 또 용적률 제한(재건축시 일반주거지역 법적상한 용적률 최대 300%)이 없어 수직증축을 통해 일반분양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서울 주요 지역 중에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는 곳은 강북 최고 부촌으로 불리는 용산구 동부이촌동이다. 이 지역 한가람(2036가구)·강촌(1001가구)·이촌코오롱(834가구)·한강대우(834가구)·이촌우성(243가구) 등 5곳은 올 1월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단지는 1995~2000년 사이에 지어져 바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이촌현대아파트 역시 서울시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내년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부이촌동 D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 기대감에 이 일대 아파트에 대한 투자 문의가 많아지면서 이촌현대 전용 83㎡의 경우 시세가 12억5000만원으로 올 초에 비해 8000만~1억원이나 올랐다”며 “매수 문의는 많지만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을 노리고 매물을 걷어들여 거래는 뜸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리모델링 사업에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지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 먹거리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성남 느티마을 3·4단지(1776가구) 등을 수주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이미 2014년부터 리모델링 TF(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 입찰에도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지만, 다음달 25일 열릴 2차 시공사 입찰에서 또 단독으로 참여하면 수주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 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2014년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이후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착공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리모델링 사업이 대부분 적자를 봤기 때문”이라며 “리모델링 자체가 용적률이 높아 건물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고, 일반분양가 높지 않은데다 내력벽 철거 허용이 연기되면서 실제 사업성이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이 최근 잇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공 시세 상승분이 공사 비용보다 높은 곳은 강남 등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리모델링 바람에 당장 아파트값이 오르지만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면 금방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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