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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상을 받는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 이상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페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맨부커상 수상과 신작 ‘흰’(난다) 발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수상 당시 기분을 물은 질문에 “시차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상태였다”며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현실감이 없는 상태에서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다행히 수상 발표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셔서 무사히 시상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11년 전 쓴 책에 대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 이렇게 먼 곳에서 상을 준다는 것이 그저 기쁘기보다는 좋은 의미에서 참 이상했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에 대해 “11년 전 완성했고 9년 전에 출간해 그 소설에서 많이 걸어나왔다”며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아름다움이 이토록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는가를 물은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수상 이후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 대해 한 작가는 “상을 받고 나서 많이들 기뻐해 주시고 고맙다고들까지 해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헤아려 보려고 많이 생각을 하게 되는 1주일이 지나갔다”며 “상을 받은 이후 일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출판사 등에서 걱정을 했지만 지하철을 타고 다녀도 아무도 알아봐 주시는 분이 없을 정도로 변한 게 없다”고 근황을 전했다.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에 따른 후유증 극복 방법을 묻자 한 작가는 “오늘 자리가 끝나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작업으로 돌아가서 글을 계속 쓰고 싶다”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가 하고픈 말을 책의 형태로 보이게 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서 글을 쓰겠다”고 답했다.
신작 ‘흰’에 대해서는 “삶과 죽음을 다 떠올릴 수 있는 흰 것에 대한 산문을 쓰다가 어떤 한 페이지는 시가 되기도 하고, 허구의 사람이 돌아오면서 소설에 가까워졌고 결국 완전히 소설이 됐다”며 “우리에게는 무엇으로부터도 훼손되지 않은 존엄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지 않나. 깨져도 빛나는 인간의 투명함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작가 관련 기자회견으로는 드물게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한 작가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