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소개한 월가의 저명한 은행담당 애널리스트 리처드 보베도 이들 중 하나. 보베는 금융위기 당시 내놓은 보고서 때문에 한 지방은행을 상대로 2년 가까이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문제의 발단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 2008년 7월 보베가 `다음은 누구인가?(Who's Nex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시작됐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2가지 기준에 따라 107개 은행의 파산 위험 순위를 매겼다.
이 보고서를 본 뱅크애틀랜틱 뱅코프의 앨런 레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발끈했다. 계열사인 플로리다주 지역은행 뱅크애틀랜틱 등 2개 은행이 파산 위험 순위에서 10위와 12위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 레밴 회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보베를 제소했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가 비판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더라도 실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
레밴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모든 사업이 힘들었던 게 사실 아니냐며 이 보고서 때문에 회사 평판이 나빠지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된 소문이 은행의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이를 바로 잡으려고 보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보베는 사태 해결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사방팔방 쫓아다녔지만 유관 기관은 물론 그가 속한 회사조차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보베는 3개월 전 뱅크애틀랜틱과의 소송을 별 탈 없이 마무리했지만 80만달러에 달하는 소송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그 자신에게 돌아왔고 아직 처리 못한 상황이다.
보베의 보고서 신뢰성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가장 위험하다고 꼽은 은행 20개 중 8개가 파산했고 나머지 은행 역시 주가가 급락했다. 보베가 작성한 또 다른 위험 은행 리스트에서도 20개 은행 중 9개 은행이 자취를 감췄다.
그는 업계의 무관심 속에서 이번 소송을 치르며 새삼 외로운 처지에 있는 자신을 개탄했다. 그리고 "법률적 기준에서 보면 내가 승리했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크게 졌다"고 말했다.




